…최태원 SK㈜ 회장이 징역 4년의 실형선고와 함께 법정 구속되자 SK그룹은 거의 ‘멘붕’상태에 빠졌다. SK는 당초 이 사건을 ‘피해자 없는 횡령’으로 규정, 무죄를 위해 총력전을 폈고 설령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하더라도 집행유예 정도를 기대했지만, 나올 수 있는 최악의 결과가 빚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SK측은 판결 직후 공식자료를 내고 “무죄 입증을 위해 성심껏 소명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아 안타깝다”며 “판결 취지를 상세히 검토한 뒤 항소 등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당장 우려되는 건 경영공백이다. SK는 지배구조선진화 차원에서, 또 최 회장 부재상황에 대비해 연초 ‘따로 또 같이 3.0’이란 신 경영체제를 출범시켰다. 최 회장은 이미 그룹 총수에서 물러났으며 전문경영인 출신인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이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다. 또 인사와 투자계획 등도 모두 각 계열사 CEO에게 넘겼다. 때문에 외견상으론 최 회장 부재에 따른 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장치는 마련된 셈이다. SK 관계자는 “새로운 경영체제가 출범한 만큼 경영공백은 어떻게든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주요 의사결정이 계열사 CEO와 이사회로 넘어가는 과정이어서 비상경영체제 가동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 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타격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특히 SK가 표방한 ‘글로벌 경영’구상이 당장 난관에 봉착했다. 회사 관계자는 “대부분 해외 대형 프로젝트들은 최 회장이 직접 현지에서 고위관계자들을 만나 성사시킨 것들”이라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건도 많은데 당분간 진행 자체가 어려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 주까지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ㆍ다보스포럼)에 참석, 사회적 기업론을 역설하며 글로벌 리더들과 비즈니스 협력관계를 다져왔다.
재계 역시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최 회장까지 10대 그룹 총수 2명이 법정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반기업정서 확산의 촉매제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한 재계관계자는 “판결에 대해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경제민주화 바람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며 “총수 봐주기는 더 이상 기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총수 때리기로 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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