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론자들이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주장은 자본자유화다. 나중에 외환위기를 초래한 김영삼 정부의 성급한 금융시장 개방정책도 그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을 포함한 생산요소는 국가가 개입하기보다 시장에 맡겨둬야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배분되고, 생산물도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배분되어 사회적으로 최적의 자원배분에 이른다는 고전적 가설에 기반을 둔 것이었다.
▦ 신자유주의자들이 내세운 자본의 국제적 이동 및 투자의 자유화에 따른 주요 이점(benefit)은 다음과 같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국내 투자재원이 부족하므로 국제자본의 유입은 국내 투자를 활성화 한다. 국내외의 자금원이 풍부해져 경제의 안정성을 높인다. 국내자본도 자유로운 해외투자로 수익성을 높이고,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 정부로 하여금 국제자본의 유입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을 채택하게 하는 훈육효과를 일으킨다.
▦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국가간 자본 이동은 건전한 장기투자 보다는 단기차익만을 노린 국제투기자본의 탐욕스런 활동으로 점철됐다. 생산적인 부문에 대한 투자는 이론일 뿐이었다. 주식과 부동산에 돈이 몰리면서 경제엔 거대한 거품이 형성됐고, 부채만 증가했다. 위기가 닥치자 국제투기자본은 일시에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오히려 위기에 불을 붙였다. 1990년대 후반 이래 남미와 아시아, 러시아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금융위기는 투기자본의 세계적 활동을 보장한 자본자유화 탓이었다.
▦ 이런 부작용에 주목한 사람이 19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1918~2002)이다. 그는 1978년 국제투기자본의 급격한 자금 유출입에 따른 통화위기 촉발을 막기 위해 단기성 외환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빈세’가 그것이다. 당시엔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여겨졌으나, 90년대 후반 이래 금융위기가 만성화하면서 도입하는 나라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급격한 원화 변동에 따라 정부도 최근 ‘한국형 토빈세’ 시행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어떤 결론이 나올지 관심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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