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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의학서, 현대의학의 '나침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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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 의학서, 현대의학의 '나침반' 된다

입력
2013.01.3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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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병'이라는 말이 있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익숙해진 잘못된 습관이 병을 만들거나 악화시킨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습관만 잘 들여도 병치레 안 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당뇨병과 심장병, 고혈압, 비만 등이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 꼽힌다. 과거 병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하던 서양의학이 최근 생활습관병이란 말까지 만들어내면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치료보다 예방을 우선하는 현대의학의 흐름은 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우리 전통의학에선 생활습관이 평생 건강을 좌우한다는 사실이 400년 전부터 기본 개념으로 자리잡아 온 것이다. 현대의학 관점에서도 은 여전히 가치 있는 의서다.

병의 근원에 주목

은 건강을 지키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을 두 가지로 꼽는다. 하나는 부모에게 물려받은 체질이고, 다른 하나는 '양생(養生)'이다. 유전적 요인이야 바꾸기 어렵다고 치면 사람의 수명과 건강은 양생이 좌우한다는 의미다. 양생은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생활양식을 뜻하는 말로 '섭생(攝生)'이라고도 한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병을 부른다는 현대의학의 관점을 이미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이를 근거로 한의학에선 음식유절(飮食有節), 기거유상(起居有常), 불망작노(不忘作勞)의 세 가지를 건강과 장수를 위한 기본 수칙으로 제시해왔다. 음식을 너무 많거나 적게 먹지 말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며, 몸과 마음 모두 과로하지 말라는 뜻이다. 요즘도 병원을 찾는 많은 환자들이 의사에게 400년 전과 비슷한 이 같은 조언을 듣는다.

총 25권으로 이뤄진 의 앞부분에는 현대의학의 내과에 해당하는 내경편(內景篇)과 외과에 해당하는 외형편(外形篇)이 실려 있다. 다음에는 각종 병의 증상과 진단법을 다루는 잡병편(雜病篇)이 나오고, 그 뒤에 약과 침 치료법을 소개하는 탕액편(湯液篇)과 침구편(鍼灸篇)이 이어진다. 몸의 생김새나 생리현상, 병에 걸리는 이치 등을 먼저 설명하고 약을 쓰거나 침을 놓는 등의 의술은 나중에 소개한 의 이 같은 구성 역시 한의학이 치료보다 예방을 중요하게 여겼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과거 서양의학이 겉으로 나타난 증상을 개선하는데 치우쳤다면, 현대의학은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바로잡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다크써클이나 기미가 늘었다고 피부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혹 콩팥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확인해보는 식이다.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얼굴색이 검어지기 때문이다.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는 "허리나 무릎이 아파도 신장에 문제가 생겨서일 수 있다고 에 나와 있다"며 "이런 경우엔 정형외과적 검사나 치료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한방에선 얼굴색과 생활패턴 등을 함께 진단해 신장 문제라고 판단되면 허리나 무릎이 아니라 신장을 조절하는 다른 부위에 침을 놓아 치료한다는 것이다.

감별 진단 등 한계 넘어야

이 지닌 한계도 물론 있다. 을 기초로 한 한의학 교육을 받은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는 한계는 감별 진단의 어려움이다. 에선 환자에게 나타난 증상에 따라 원인을 유추하고, 유추한 원인에 따라 약이나 침을 쓴다(대증요법). 그래서 병자에게 생길 수 있는 증상이 아주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예를 들어 현대의학이 1990년대 들어서야 개념을 정립한 패혈증에 대해서도 환자의 의식이 불분명하고, 식은땀을 흘리며 창백해지고, 혈압이 떨어지고, 여러 약을 썼는데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 있다. 이 교수는 "이런 증상을 극증이라고 표현하며 세균이란 개념도 항생제도 없었던 당시에 치료를 시도했던 건 의학적으로 큰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증상에 기반한 치료는 이 환자와 저 환자가 비슷한 증상을 보일 때 같은 방법으로 치료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증상이 유사하더라도 원인이 다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어 고열이 날 때 독감일 수도 있지만, 폐렴일 수도 있다. 이때 현대의학은 각종 의료기기와 진단법을 이용해 가능성이 낮은 원인들을 배제하고 최종 진단을 내려 그에 맞는 치료를 한다. 최근 한방에서도 초음파를 비롯한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에 의존하던 우리 의학은 발간 이후 독자 성장하기 시작해 크게 발전했다. 그런데 은 여전히 400년 전 그대로다. 발전상이 반영되거나 현대에 맞게 바뀌지 않은 점도 의 한계로 지적돼왔다. 이에 지난해부터 첫 개정 작업이 시작됐다. 400년에 걸쳐 축적된 한의학의 임상적, 과학적 성과를 반영해 현대판 동의보감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참여하는 경희대 한의과대 김남일 학장은 "동의보감 개정판은 한의학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희의료원 공동기획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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