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줄기세포 관련 업계에서 이름을 날린 바이오 기업 A사 대표이사 최모(52)씨가 최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구속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최씨는 황우석 박사가 관심을 증폭시키기 이전부터 줄기세포에 매달린 인물이라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 2007년 11월 자신이 보유한 시가 4억원 상당의 미국 한 바이오 기업 주식 10만주를 A사에 32억원에 매도한 것처럼 회계 처리한 뒤 이 돈으로 개인 빚을 갚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를 받고 있다. 또 2009년 3월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던 또 다른 바이오 기업인 B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던 A사에 빌려준 56억원 때문에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자 사채업자에게 50억원을 빌려 정상 변제된 것처럼 회계처리만 하고 업자에게 되돌려줘 B사에 50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 혐의가 있는지 수사 중"이라며 "최종적인 횡령이나 배임 금액 등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줄기세포 업계의 선두주자이자 입지전적 사업가로 알려진 최씨의 구속은 줄기세포 시장의 성장 속도를 넘어서는 무리한 투자가 원인이 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10여 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줄기세포 등 바이오 사업 관련 매출 성과가 거의 없는 게 문제였다는 것이다. 결국 코스피 상장사인 B사는 2009년 4월 회계사의 감사 거절에 따라 상장 폐지되는 수모를 겪었고, 최씨는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이후 B사에서 떨어져 나간 A사 대표이사만 맡았다. A사 역시 영업활동이 부진, 부채가 쌓여가는 등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출신인 최씨는 원래 무역업을 하다 1990년대 말 미국의 유력 생명공학 회사와 연이 닿으며 줄기세포와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줄기세포 치료제 특허를 다수 보유한 이 회사와 2001년부터 제휴했고 세계최초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개발한 심장근육재생치료제 제조권 및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 독점 판매권도 따냈다. 이 치료제는 현재 해외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이를 바탕으로 KT&G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로부터 수백억 원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2006년 6월 B사 대표이사로 취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9월에는 경기도 내 한 외투기업 전용 산업단지에 미국 회사와 합작으로 줄기세포 배양공장도 세웠다. 그가 세운 공장은 2009년 사명을 바꿔 현재 A사의 본사가 됐다. 경기도의 성공적인 해외첨단기업 유치 사례로 이 공장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최씨가 장밋빛 꿈을 이루는데 현실의 벽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A사 측은 "대표이사의 개인적인 일"이라며 "공장장과 직원들이 그대로라 회사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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