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자칫 커질 뻔한 인사파동은 일단 마무리됐다. 어떻든 첫 조각(組閣)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된 건 불행한 일이다. 총리 인사를 통해 새 정부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을 분명히 제시하려던 박근혜 당선인의 계획도 일단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파동의 교훈은 크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은 득(得)보다 실(失)이 훨씬 크다는 사실이 현실로 입증된 때문이다.
보안을 최우선시하는 당선인의 인사방식에 이해할 측면이 전혀 없지는 않다. 우리는 후보자 사전 공개로 능력ㆍ자질보다 사소한 흠결이 더 두드러지고,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불필요한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를 자주 보아왔다. 자신의 정치철학을 이해하고 뜻을 같이할 적재(適材)를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것도 당선인 자신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개인, 혹은 극소수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밀실ㆍ보안 인사 방식에선 적절한 검증절차가 필연적으로 생략될 수밖에 없다. 당선인 측이 동의한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나, 이번 김 총리 후보자에게 제기된 여러 의혹들은 초보적인 서류조사만으로도 상당부분 확인할 수 있는 사안들이었다. 더욱이 국민들을 주요결정의 국외자로 배제시킨 채 그저 통보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국민으로부터 한시적 권한을 위임 받은 이의 도리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절차의 투명한 공개를 통한 동의에 기반한 제도다.
널리 인재를 구하고 그 안에서 적재를 찾는 것이 인사의 궁극 목표다. 불필요한 잡음이나 갈등회피는 사소한 방편일 뿐이다.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은 그 점에서 본말이 뒤바뀌어 있다. 인사에 대한 인식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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