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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성공과 동상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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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호 성공과 동상이몽

입력
2013.01.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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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로호가 우주로 날았다. 그동안 동상이몽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로호의 발사를 기다리고 보면서 아이들은 꿈을 키웠을 것이다. 내 또래의 과학자들이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사건을 보면서 과학자의 꿈을 키웠듯이 말이다. 정부는 어떻게든 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나로호를 발사해서 그 공로를 가져가고 싶어서 애를 썼을 것이다.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은 나로호를 둘러싼 시시비비를 떠나서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서 현장에서 열정을 갖고 성실하게 노력했을 것이다.

일부 책임자급 과학자들과 고위관료들은 현실은 외면하거나 왜곡하고 나로호를 ‘대한민국 최초의 우주발사체’로 잘 포장하는데 주력했을 것이다. 러시아 엔지니어들도 자신들이 만든 시제품의 완성도를 발사체 구매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나로호 자체가 못마땅한 사람들은 이런저런 실패 이유를 찾기에 골몰했을 것이다. 이제 나로호 프로젝트는 일단락됐고 각자의 꿈을 접고 잠에서 깰 시간이 되었다.

앓던 이가 빠진 기분이었다. 나로호 발사 성공을 지켜보는 내 심정이 그랬다. 한편으로는 속 시원하면서도 여전히 통증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찝찝한 상태. 나로호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 프로젝트였다. 전적으로 러시아의 통제 하에 있는 1단 액체연료 로켓이 나로호의 핵심 중의 핵심이다. ‘앙가라’라고 불리는 1단 로켓은 완제품 상태로 러시아의 연구팀과 보안팀의 철저한 경비 속에 운반되고 설치되고 점검되고 발사되고 모니터링 된다는 것이 진실에 가까운 사실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 쪽 연구팀의 적지 않은 역할이 당연히 있었을 것이고 소소한 기술적인 습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자면 그것뿐이었을 것이다.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운영 능력을 경험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우주기술보호협정이나 더 근원적인 미사일기술 통제체제에 묶여서 현실적으로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런 면을 고려한다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나로호는 처음부터 발사체 개발에 관해서는 아무런 성과가 없는 끝이 정해진 프로젝트였다. 성공이냐 실패냐가 애당초 관건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는 나로호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마감하고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로 선회할 것이다.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처음부터 그랬어야 했다. 그 동안의 현장 연구진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이 이 프로젝트 자체가 근원적으로 한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신뢰 회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다. ‘동상이몽’을 모두 모아서 단독 토론이 아닌 상호 토론을 거친 후 ‘나로호 백서’를 발간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나로호의 태생적 한계와 부수적 의미가 냉정하게 적시되어야만 할 것이다. 성찰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래야만 정부가 추진할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개발 계획에 많은 사람들이 사랑과 지지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업은 지난하고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 힘든 작업이 될 것이다. 우주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에서 이런 기적을 기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오늘만은 다 잊고 나로호 성공적 발사를 위해서 수고하신 모든 분들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정부는 훈장이나 나눠가질 생각을 하기 전에 백서부터 발간하는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이명현 과학저술가ㆍ 천문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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