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4시 전남 고흥군 영남면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한마디로 감동의 도가니였다.
긴장과 초조함 속에 발사 5분전부터 카운트다운은 시작됐다. 마침내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거대한 굉음과 엄청난 연기를 내뿜으며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아 오르자 전망대에 몰려있던 1,000여명의 관람객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태극기를 흔들었다.
나로호 페어링이 분리되고 9분 후 목표 궤도 진입이 이뤄지면서 발사 성공이 확인되자 고흥 나로도 주변은 축제분위기로 달궈졌다. 나로우주센터 인근에 사는 장진영(67ㆍ고흥군 영남면)씨는 "2번이나 실패하고 발사 직전 문제가 생겨 수 차례 연기되면서 이번에도 실패하지 않을까 가슴을 졸였는데 마침내 성공해 기쁨을 감출 수 없다"고 흥분했다. 전망대를 찾지 못해 마을회관에서 생중계로 나로호를 지켜보던 고흥 주민들도 환호성을 외쳤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전망대를 찾은 김광현(49ㆍ광주시 일곡동)씨는 "지난 10년간의 노력이 빛을 발했다"며 "나로호가 대한민국의 꿈을 안고 우주로 날아오르자 가슴이 벅찼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에서 딸과 함께 전망대를 찾은 주부 김미은(51)씨는 "현장에서 생생하게 지켜본 나로호의 발사 성공 장면은 일생일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기뻐했다.
이날 발사성공에 누구보다 가슴을 졸이며 감격의 순간을 맞은 곳은 바로 대전 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200여명의 항우연 연구원들은 이날 나로호 3차 발사가 진행되는 순간 대전 항우연 대강당에 모여 중앙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통해 중계되는 화면에서 한 치도 눈을 떼지 못했다. 나로호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자 방청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고 장내는 떠나갈 듯한 함성으로 뒤덮였다. 연구원들은 발사 성공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다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10년 만에 이뤄낸 기적에, 격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흐느끼는 연구원들도 있었다. 이주진 전 항우연 원장은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다. 오늘을 대한민국 항공우주의 날로 삼고 싶다"며 "그 동안 잠도 못 자고 고생한 연구원들과 국민에게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두 아이와 함께 대강당에서 중계를 지켜본 강정석(41) 선임연구원은 "성공하기 어려울 줄 알았는데 놀랍고 기쁘다"며 "아이들이 발사에 성공한 것을 보고 우주 과학자로서의 꿈을 키워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발사 성공에 대한 네티즌들의 환호와 탄성이 이어졌다. 트위터 아이디 '@tm***'는 "잦은 실패와 연기로 국민들의 실망과 관심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었으나 좌절과 실망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고 감동을 전했다. '@hgn**'는 "이제 우주강국으로 가는 첫걸음이며 앞으로도 우리의 기술로 로켓을 많이 쏘아 올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고흥=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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