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래 전에 근무했던 출판사를 찾아갔다. 지금 일하고 있는 회사가 바로 인근이어서, 그곳 사장님과 옛 사우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인사를 미루고 있다가 길에서라도 마주치면 그 얼마나 민망하겠는가. 그래서 주스박스를 하나 사들고 일부러 약속을 잡고 찾아간 것이다. 그 회사는 사내에 식당을 지어놓고 사원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걸로 유명하다. 두 분의 아주머니께서 집밥처럼 정성껏 음식을 해주신다. 회사를 떠나오고 나서도 사실은 그 밥맛이 어지간히 그리웠더랬다. 마침 때가 점심때여서, 사장님은 회사 식당에서 직원들과 밥을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하셨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근 몇 년만에 다시 회사 식당 밥을 먹었다. 그것도 옛 사우들과 어울려서 말이다. 식당 아주머니들은 모두 정정하셨고,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정들었던 사우들과도 반갑게 인사했다. 식사 후 사장님은 회사 곳곳을 구경시켜주셨는데, 얼마 전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했다고 했다. 김수근 선생이 설계한 것으로도 잘 알려진 이 건물은 사실 방음이 잘 안 되고 열효율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어서 소음과 추위 때문에 다소간 애로사항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한 방음시설과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한때 몸담았던 회사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일은 그곳의 OB로서 무척이나 뿌듯한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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