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기관인 부산의료원이 약품 납품업체에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부산의료원이 지난해 부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 제출한 '약품비 거래처별 미지급 현황(1,000만원 이상)'에 따르면 약품대금 미지급은 95건, 금액은 무려 69억5,000만원에 달한다.
대금 결재기간은 보통 12~17개월에 이르고 심지어 539일 간 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대해 부산시의회 이경혜 의원은 "이같은 의료기관의 행태는 장기간 대금 미납을 견딜 수 있는 업체만 생존할 수 있는 유통환경을 조성, 결국 또 다른 리베이트의 불씨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형식적으로는 공개입찰을 통해 납품업체를 선정하지만 억대 상당의 대금을 1년 이상 외상으로 공급해줄 수 있는 업체만 참여가 가능해 잘못된 시장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도매업계에 따르면 부산대병원 등 지역 대형 병원의 대금 결재기간은 평균 6~7개월 정도여서 부산의료원으로 인한 업체의 고통은 극심한 상황이다.
2~3년 전 부산의료원 약품 납품업체 중 한 곳은 10억원 상당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부도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료원은 2010년에도 이같은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받았지만 지난해 원내 정보화사업인 '통합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무려 15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드러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산의 약품 도매업체 관계자는 “부산의료원이 유독 대금 지급이 늦어 불만이 많지만 큰 거래처이기 때문에 볼멘소리를 하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토로했다.
대한의약품도매협회 부산ㆍ울산ㆍ경남지부 신순식 사무국장은 "약품도매업체의 평균 영업이익이 1%에 불과한데 대형 병원의 대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경영 위기가 불가피하다"면서 "약가 지급기한을 제한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의료원 관계자는 "공공 의료사업으로 인한 결손 때문에 자금 유동성이 떨어져 대금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며 "올해는 부채 탕감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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