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29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을 잇따라 만나 양국 현안에 대해 환담했다. 특히 박 당선인과의 만남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두 여성 정치인의 첫 회동이란 점에서 각계 이목이 집중됐다.
박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한국을 방문한 수치 여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개인의 행복을 포기하고 국민을 가족 삼아서 사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과 수치 여사 모두 부친이 국가 지도자를 지냈지만 흉탄에 쓰러졌고 이후 인고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공통된 삶의 이력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이어 지난해 4월 실시한 미얀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연맹(NLD)의 압승을 축하하며 "버마 민주화를 위해 중요한 첫 걸음이었다"면서 "앞으로 한국과 버마는 물론이고 더 자유롭고 행복한 세계와 아시아를 만들기 위해서 함께 힘을 합해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수치 여사는 "버마가 민주화를 진전시켜 버마 국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버마 국민도 평화와 번영이라고 말할 때 이것이 전세계의 평화를 의미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당선인은 이날 수치 여사와의 만남에서 미얀마라는 현 국호 대신 '버마'라고 칭해 눈길을 끌었다. 미얀마는 1989년 군사정권이 변경한 국호로 그 동안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군사독재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옛 명칭인 버마를 고수해왔다.
박 당선인은 이어 수치 여사의 생일 때 영국 대사관에서 개설한 인터넷 사이트에 축하 편지를 올렸다고 설명하자, 수치 여사는 "당시에 인터넷에 접근할 수는 없었지만 말씀은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수치 여사는 앞서 오전에는 청와대를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개발과 민주화는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특히 수치 여사가 교육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으니 미얀마의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현정부의 역점 사업인 마이스터고교 제도에 대해 소개하면서 "한국도 미얀마와 경제 협력을 통해 젊은 사람들에게 더 많이 기회를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수치 여사는 "교육 기회를 받지 못한 미얀마 실업 청년들이 많아 직업 교육이 절실하다"며 "대학 진학이 아니어도 자신의 기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자를 양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치 여사는 또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 서울시와 수치 여사의 고향인 양곤시 간 교류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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