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사면은 법원 판결을 무력화시킬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남용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이유로 1948년 정부 출범 이후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측근사면' 비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말 특사를 계기로 권한남용을 막기 위해 이제 오랜 관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위정부 이후 특별사면은 김영삼(9회) 김대중(8회) 노무현(8회) 이명박(7회) 정부까지 모두 32차례 단행됐다.
이 가운데 정치적 보은(報恩) 성격을 띤 임기 말 특사는 국민 화합이란 명분 아래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거른 적이 없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22일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을 포함한 25명을 특별사면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31일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선홍 전 기아 회장 등 거물급 경제인을 포함한 125명의 대규모 특사를 단행했다.
역대 정권의 사면권 남용에 비판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임기 말인 2007년 12월31일 신건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자신의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특사 명단에 포함시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처럼 특별사면이 남발되고 측근 살리기 용도로 변질되면서 법조계는 오래 전부터 "지극히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이에 따라 사면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토록 한다는 내용으로 2011년과 2012년 잇따라 사면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특별사면의 대상이나 기준은 어디에도 규정하지 않아 여전히 대통령의 결정사항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면심사위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들러리로 전락한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특별사면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법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비등하고 있다. 당장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28일 대통령의 친족과 정무직 공무원에 대한 특별사면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정훈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정부패나 권력형 비리 등을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임기 말 특별사면을 제한하는 등의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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