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깜짝 놀랄 만한 제안이다. 본인도 마찬가지였다. 파비오(41) 감독대행은 지난해 12월 K리그 명문클럽인 전북 현대로부터 예상치 못한 사령탑 제의를 받았다. 그는 "처음에는 정말 놀랐고, '최선을 다한다면 도움을 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엄청난 책임감으로 다가왔다"며 당시 심경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2011년부터 피지컬 트레이너를 맡아 전북을 도왔던 그는 비록 '6개월 단기 계약'이긴 하지만 최강희 축구대표팀 감독이 돌아오기 전까지 팀을 이끌게 됐다.
전북의 브라질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파비오 감독대행은 올 시즌 팀 컬러를 명확하게 밝혔다. "올해는 닥공(닥치고 공격)과 닥수(닥치고 수비)로 우승을 하겠다." 그 동안 전북이 K리그를 호령했던 '닥공'의 색깔을 유지하되 수비를 강화해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의지. 전북은 지난해 중앙 수비수 3,4명이 잇따라 부상을 당해 아시아 정상과 K리그 우승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국가대표팀 수비수 정인환과 이규로, 이재명 등을 차례로 영입하면서 수비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파비오 감독대행은 "좋은 선수들을 영입해 완벽한 더블 스쿼드가 가능해졌다. 이제 전북이라는 색깔로 물들여 하나가 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선수 보강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최선의 노력으로 의문부호를 하나씩 지워가겠다는 각오. 그는 "팬들이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지는 건 당연하다. 이렇게 좋은 팀을 맡았는데 성적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며 "우리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있고 팀워크를 잘 다져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의문부호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리고 그는 최강희 감독과 이흥실 전 감독대행의 장점만을 고스란히 섞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표현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모든 선수들의 마음을 가볍게 만드는 컨트롤 능력이 탁월하고, 이 대행은 경기 분석과 상황 판단 능력이 빼어나다."
브라질에서 체육학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한 파비오 감독대행은 자신의 역할을 '가정 도우미'로 제한했다. "최 감독이 믿음을 바탕으로 6개월간 집을 하나 맡겼다. 전북이라는 '집'에서 가구 배치 등을 새로 하는 게 아니라 문고리를 고치고 청소를 깔끔하게 하는 역할이다. 저에 대한 신뢰가 여전하다면 6개월 후에 어떤 임무를 맡기더라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아구아스 데 린도이아(브라질)=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