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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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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삶'을 위하여

입력
2013.01.2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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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삶이어야 행복하다. 먹고 살기조차 팍팍한 세상에 한가한 소리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문화 없는 삶은 단순한 생존에 불과하다. 문화란 무엇인가. 삶의 방식이고 가치관이고, 역사적 산물이다. 문화가 없는 삶이란 결국 삶의 방식을 모르고, 가치관이 없다는 얘기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최연구 박사는 에서 "인간과 동물이 구분되는 지점은 바로 문화"라며 문화의 반대어는 야만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했다. 문화가 없는 삶은 단순히 육체적 생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경제가 존재 자체를 좌우한다면, 문화는 존재 방식, 즉 삶의 방향과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문화가 개인의 행복, 나아가 국가의 힘인 이유다.

경제적 지원의 사회보장만이 복지는 아니다. 문화도 중요한 '정신적 복지'이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문화'는 필요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을 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보면 대부분 낮에는 근처 공원이나 노인정에서 가만히 앉아있거나 화투를 치고, 저녁이면 TV만 시청한다. TV시청도 최장을 자랑하는 40대 주부보다 긴 4시간 36분이다. 노동도 없고, 문화도 없다. 짧은 여행이라도 한번 갔다 온 노인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평생프로그램 참여율은 겨우 6.7%다. 독서는 아예 통계조차 잡을 수 없다.

일본은 어떤가. 우리나라처럼 여전히 저녁에는 TV를 많이 본다. 그러나 노인의 26%는 낮에는 학습이나 자기계발, 훈련에도 열심이다. 절반 이상이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스포츠를 즐긴다. 가까운 동네도서관은 그들의 차지다. 영화도 자주 본다. 2004년부터 시작한 50세 이상 부부에게 할인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30% 가까이가 독서, 음악, 미술 등 고전적 취미활동도 한다.

일본에는 98세에 시집 로 등단해 일본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지난 20일 101세로 세상을 떠난 시바타 도요 할머니, 소설 로 올해 일본 최고 권위의 신인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75세에 문학소녀 구로다 나쓰코, 지난해 군조(群像)신인문학상을 탄 75세의 후지사키 가즈오 등 은퇴를 하고 나서 글쓰기에 도전한 문인들이 있다.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부럽다. 문화적 창조활동이야말로 '문화가 있는 삶'의 축적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화산업의 핵심으로 여기는 지역과 삶과 역사에서의 다양한 스토리텔링의 생산도 어쩌면 이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문화가 있는 삶, 국민 모두가 즐기고, 참여하는 문화가 되려면 우선 '감동'이 있어야 한다. 좋은 문화는 이념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로 국민 모두에 공감을 준다.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 뮤지컬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고 행복하게 하는지는 나 이 확인해 주고 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며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이런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문화예술인에 대한 경제적 복지 확대만으로 가능한 일도 아니다. 문화에 대한 가치와 인식부터 바로 해야 한다.

문화는 누구와도 만나야 한다. 계층, 연령, 지역, 신체적 차별이 있으면 행복한 문화가 아니다. 그리고 누구나 즐기고, 배우는 문화이어야 한다. 문화장르에는 고급과 대중의 구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문화 소비에는 그런 구분이 없어야 한다. 경제적 부담 없이 어떤 문화든 만날 수 있는 향유권의 확대야말로 문화복지이고, 문화적 삶의 습관을 기르는 일이다.

그렇게 만들고 즐기는 문화가 한류처럼'자랑스러워야'한다.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보존하고 발전시키려는 것도 그것이 민족의 자랑스러운 정신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경제적 가치도 그 다음 문제다. 문화가 돈인 시대는 맞다. 그렇다고 문화산업 논리에만 집착해 문화가 국민의 마음과 정신을 병들게 해서는 안 된다. 좋은 문화로 돈이 절로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는 어떤 모습일지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다만 대선 공약대로라면 '문화가 있는 삶''국민이 행복한 문화'가 되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떻게 그 약속을 실현할지 궁금하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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