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참전용사가 6ㆍ25전쟁 당시 자신의 도움으로 화상을 치료한 한국인 소녀를 찾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미 참전용사 리차드 캐드월러더(82)씨의 요청으로 6ㆍ25전쟁 때 미군부대에서 화상 치료를 받은 한국 소녀를 찾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29일 밝혔다.
캐드월러더씨는 1953년 5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경기 수원에 주둔한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의 소규모 부대에서 통신병으로 복무했다. 추위가 엄습한 53년 겨울 밤, 한 한국인 여성이 12세 정도 되는 딸을 데리고 부대를 찾아와 “집에서 불을 피우다 터진 휘발유통에 화상을 입었으니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캐드월러더씨는 “소녀는 턱에서부터 허리까지 심각한 3도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며 “당시 시골사람들이 화상을 치료하기 위해 바르던 검정 타르 같은 것으로 인해 세균 감염까지 된 상태였다”고 회상했다.
부대 군의관으로부터 6주간 치료를 받으며 소녀의 상태는 호전됐지만 전신의 흉터와 얼굴 치료가 더 필요했다. 그는 부대를 방문한 미 육군 이동외과병원(MASH) 책임자에게 소녀의 사정을 설명하고 치료를 부탁해 부산의 화상병동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을 얻어 냈다. 소녀의 집을 모르던 그는 40여분을 헤매다 간신히 헬기 이륙 시간에 맞춰 모녀를 데려올 수 있었다.
3개월 뒤 그는 거의 정상에 가깝게 치료된 모습으로 군용트럭을 타고 지나가는 소녀를 우연히 마주쳤으나, 이후 소녀의 소식은 알 수가 없었다. 캐드월러더씨는 이후 60여년 동안 소녀를 잊지 못하고 자녀들에게 소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85년 그의 딸은 주한 미군으로 배속된 남편을 따라 한국을 방문, 백방으로 모녀의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54년 전역 후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 은퇴한 캐드월러더씨는 한국인 소녀를 찾기 위해 보훈처에 사연을 담은 영상편지를 보내 도움을 구했다. 보훈처는 화상소녀를 찾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했다. 소녀를 찾게 되면 그를 초청해 재회를 주선할 예정이다. 화상소녀 관련 제보는 보훈처 통합 콜센터(1577-0606)로 하면 된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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