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호주 유학생 조모(28)씨는 '호주나라'라는 인터넷 구인 사이트에서 재택근무 아르바이트생 모집 글을 봤다. 새로 만든 홈페이지를 평가하는 간단한 일이었다. 학업에 지장이 없을 거라 여긴 조씨는 간단한 이력서와 신분증(면허증 사본)을 제출했지만 업체 측에선 연락이 없었다.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이달 22일 귀국한 조씨는 경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조씨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한 가짜 신분증으로 스마트폰이 불법 개통됐다는 것이다. 조씨는 "경찰 연락을 받기 전까진 명의가 도용된 지 전혀 몰랐다"며 "유출된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일지 몰라 불안하다"고 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해외 구인 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내 입수한 한인 유학생의 개인정보로 가짜 신분증을 만든 뒤 스마트폰을 개통해 팔아 넘긴 혐의로 김모(31)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씨의 지시를 받고 스마트폰을 개통한 행동책 이씨(21), 장씨(25), 안씨(32) 등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빼돌린 유학생의 개인정보와 '외국인 스마트폰 대리구매'라는 광고 글을 올려 모집한 행동책 세 명의 사진을 합쳐 중국에서 위조 신분증을 만들었다. 항공우편을 통해 건네받은 가짜 신분증을 갖고 행동책 세 명은 이달 16일부터 10일간 대리점을 돌며 아이폰5 등 고가 스마트폰 39대를 개통했다. 이들은 1대 개통할 때마다 수당으로 3만원을 받았다. 김씨는 이렇게 모은 스마트폰 39대 중 27대를 중국에서 팔아 2,700여만원을 챙겼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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