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이지수(31)씨는 출퇴근 때마다 웹툰을 본다. 스마트폰에 깔린 웹툰 어플리케이션이 새로 업데이트된 목록을 곧바로 알려주니 즐겨 보는 작품을 놓치는 일도 거의 없다. 이씨는 "소녀 취향의 순정만화부터 직장인의 애환을 그린 만화, 스포츠 만화, 요리 만화, 판타지 만화, 어이 없는 유머로 웃기는 '병맛' 만화까지 다양한 작품을 공짜로 즐길 수 있어 출퇴근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에 즐겨 본다"고 했다.
웹툰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해로 만 10세가 된 웹툰은 영화, 드라마, 연극, 뮤지컬, 게임 등으로 다시 태어나며 대중문화 전반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웹툰에 대해 가장 뜨거운 애정을 보이는 곳은 충무로다. 역대 웹툰 원작 최고 흥행작인 강우석 감독의 '이끼'(2010년ㆍ340만명)에 이어 지난해 강풀 원작의 웹툰을 극화한 두 편의 영화 '이웃사람'(243만)과 '26년'(294만)이 성공하며 본격적인 불이 붙기 시작했다. 올해 개봉하거나 제작이 확실시되는 영화만 5편이다.
웹툰에 무관심했던 방송사들의 태도도 변하고 있다. 강도하 원작의 tvN '위대한 캣츠비'(tvN), 원수연 원작의 KBS '메리는 외박중'을 제외하면 그간 웹툰 원작 드라마가 흔치 않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웹툰을 모태로 한 2편의 드라마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웹툰을 무대 위로 올리려는 노력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위대한 캣츠비'와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이상 강풀 원작)가 연극이나 뮤지컬로 제작돼 좋은 결과를 낳았다. 게임이나 캐릭터 상품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웹툰을 연재하는 두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현재 네이버는 130여편, 다음은 70여편을 연재하고 있다. PC를 통한 네이버 웹툰의 지난해 한달 최고 페이지 뷰(PV)는 9억건을 넘어섰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한 방문자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네이버 홍보팀의 이소영 과장은 "지난 12월엔 처음으로 모바일 이용 비중이 51%를 기록해 PC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자 네이버는 최근 자사의 TV 광고에 '이말년씨리즈'의 이말년 작가를 비롯해 조석, 정다정 등 인기 웹툰 작가들을 출연시키는 '모험'을 강행하기도 했다. 이 광고에서 '입시명문사랍 정글고등학교'의 김규삼 작가는 "네이버요? 키다리 아저씨죠"라고 말한다.
웹툰의 인기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소재와 장르가 꼽힌다. 외계인에 납치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려는 국가와 맞서는 기자를 다룬 '미확인 거주물체', 독특한 요리법을 소개하는 '역전! 야매요리', 바둑을 접고 회사원이 된 사회 초년생의 삶을 바둑판에 빗댄 '미생', 동네 바보로 위장해 남파된 북한 엘리트 간첩을 주인공으로 한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들이 즐비하다.
빚에 허덕이다 목욕관리사가 된 청년을 그린 '목욕의 신', 편의점을 배경으로 아르바이트생의 애환을 다룬 '와라! 편의점' 같은 작품처럼 10, 20대의 현실을 포착한 현실밀착형 웹툰도 인기다. 허를 찌르는 황당한 유머와 '루저' 정서로 유명한 '마음의 소리'는 2005년 첫 연재 이후 누적 PV가 16억건에 이를 만큼 인기가 높다.
강풀, 강도하 등 1세대 작가들에 이어 인터넷과 영상 문화에 익숙한 20, 30대의 젊은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웹툰 독자들도 10대부터 50대까지 폭이 넓어졌다. 포털사이트에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의 대우는 천차만별이다. 한 웹툰 작가는 "신인 작가의 경우 월 수입이 50만원 정도에 불과하기도 하고 인기 작가는 50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며 "1,000만원 이상을 받는 작가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웹툰의 부가가치가 높아지면서 판권료도 급등하는 추세다. 판권 매매를 대행하는 업체가 생기면서 인기 웹툰의 경우 6,000만~7,000만원까지 치솟았다. 한 영화제작자는 "웹툰은 무료로 볼 수 있어 대중이 접하기 쉽고 영화의 핵심 타깃 층과 웹툰 독자 층이 겹치는 데다 대중성이란 측면에서 검증이 돼 있기 때문에 제작자들도 판권 구입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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