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A씨는 최근 B캐피탈사 직원에게서 금리가 연 7.6%라는 설명을 듣고 2,340만원을 자동차 할부대출(48개월)로 받았다. 그런데 캐피탈사는 자동차를 넘겨주면서 할부이자와 별도로 150만원(대출금의 6.4%)의 취급수수료를 선(先)이자 형태로 요구했다.
# 자영업자 C씨는 작년 9월 D캐피탈사의 할부금융을 통해 자동차를 구입했으나, 불황으로 장사가 안돼 할부금 두 달째 미납했다. 그러자 캐피탈사는 매일 밤 늦게 전화로 상환을 요구했고 연대보증인의 부동산을 가압류하겠다는 협박조차 서슴지 않았다.
자동차 할부금융 업체의 속임수와 불법 추심행위 등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빈발하자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가 29일 '제2호 금융소비자 리포트'를 통해 피해 유형을 공개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감원은 우선 저렴한 금리로 고객을 유인한 뒤 나중에 취급수수료를 요구하는 자동차 할부금융회사들의 행위를 3월부터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할부금융사들은 지금의 취급수수료를 대출상품 금리에 포함시켜 공개해야 한다. 이는 취급수수료를 포함하면 연 10%를 훌쩍 넘는 고금리인데도, 이를 빼고 7~8%대 금리를 제시하는 행위가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금감원이 취급수수료를 포함한 자동차대출 상품의 금리를 살펴본 결과, 신차와 중고차 대출 모두 은행 금리가 카드ㆍ캐피탈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금리보다 낮았다. 신용등급 5등급 소비자 기준으로 신차의 은행 자동차대출 평균 금리는 5.4~8.3%, 여신전문금융회사는 8.9~9.5%, 할부금융 5.1~10.2% 수준이었다. 중고차의 경우 은행 평균 대출금리는 6.7%, 여신전문금융회사 17.3~25.6%, 할부금융사 17.3~25.6%로 각각 집계됐다.
신차 금융상품의 경우 아주캐피탈의 할부금융 평균 금리가 5.1%로 가장 저렴했으나, 같은 신용등급임에도 최저(2.1%)와 최고 금리(11.2%)의 편차가 심했다. 현대커머셜의 할부금융 평균 이자는 10.2%로 가장 비쌌다.
중고차 금융상품의 경우 신한은행이 평균 6.7%로 가장 저렴했고, 우리파이낸셜의 할부금융이 평균 25.6%로 가장 비쌌다. 중고차 할부금융 이자율이 10% 이하라고 선전해 온 여신전문금융회사 대출중개인(할부제휴점)들의 광고는 모두 거짓이었던 셈이다. 다만, 여신전문금융회사 상품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용우 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은 "자동차 금융상품은 현금선납비율, 대출기간, 상환방식, 신용등급 등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정보를 찾아본 후 가장 유리한 조건의 상품을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감원은 아울러 소비자에게 설명하지도 않은 중도상환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대출중개인이 리베이트를 받기 위해 고금리를 적용하는 등의 피해 유형도 소개했다. 최근 20~30대가 외제차 구입 때 자주 이용하는 유예할부도 '깡통차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유예할부는 차량 인수 때 가격의 30% 정도만 선수금으로 내고 이후 2~3년의 약정기간 동안 10~20%를 매월 납부한 뒤 나머지 납입금 50~60%는 할부기간 종료시점에 일시에 내는 제도. 하지만 할부 종료시점에 목돈을 마련하지 못해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도 중고차 가격이 납입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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