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대선운동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 여직원 김모(29)씨에 대해 경찰이 수사 한 달 반이 넘도록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의구심이 일고 있다. 대통령선거 직전 야당의 의혹제기 이틀 만에 하드디스크 분석만으로 "비방 댓글은 없었다"고 밝힌 초기 광속 행보와는 180도 다른 자세로 경찰이 국정원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일부러 지연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서경찰서 관계자는 28일 "중요 참고인 조사가 끝나지 않아 아직 확인할 사항들이 남아 있다"며 "내달 초에나 최종수사결과 발표나 검찰 송치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5일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세 번째 조사한 뒤 "물을 건 다 물어 더 이상 소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이 만든 아이디 16개로 진보성향 사이트에서 99차례 찬반 의사표시를 해 선거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더욱이 경찰이 향후 조사하려는 참고인은 수사 초기부터 이미 거론돼온 인물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인물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수사책임자인 권은희 수사과장이 1년 이상 근무한 과장급을 이동시킨다는 경찰청 방침에 따라 이번 주 경정인사에 포함될 경우 수사가 더욱 지지부진해질 우려도 적지 않다.
사실 경찰이 국정원 관련 사건 수사에 석연찮은 모습을 보인 게 처음이 아니다. 국정원 직원 개입 의혹이 짙은 2011년 1월 인도네시아 특사단 호텔숙소 도난사건도 경찰 수뇌부의 미심쩍은 자세 이후 미제로 서울 남대문서 캐비닛에 잠자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대선 전날 경찰의 중간수사 발표내용 중 '댓글'이라는 표현의 사용여부를 두고 경찰에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해왔다.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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