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태고종 유일의 총림인 전남 순천 선암사 주지 선거 과정에서 금품이 오간 사실이 사찰 재적 스님들의 양심선언을 통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태고종 총무원은 선암사 주지인 설운 스님과 상좌 J스님이 2011년 12월 28일 치러진 주지 선거에서 투표권을 가진 스님들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 이들에 대해 조만간 종헌종법상 선거법 위반 혐의로 초심원에 기소할 방침이라고 28일 밝혔다. 초심원은 태고종 종단에서 일종의 1심 법원이다. 총무원 측은 지난해 10월 선암사 재적승려 혜오 스님이 "설운 스님 측이 주지 선거 과정에서 스님들을 돈과 향응으로 매수했다"고 양심선언을 하며 진정서를 내자 조사에 착수해 관련 사실을 밝혀냈다.
혜오 스님은 이날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주지 선거 8일 전 설운 스님의 상좌인 J스님이 나를 포함한 재적 스님 5명을 순천시내 한 식당으로 불러내 식사 대접을 하면서 '설운 스님을 도와달라'고 한 뒤 스님들과 노래방에 가서 술 한 잔 하라며 현금 100만원을 줬다"며 "이후에도 수 차례 향응을 제공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설운 스님이 주지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J스님을 통해 재적 스님들을 상대로 이 같은 방식의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늦게나마 나의 잘못을 신도들에게 밝히고 반성해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고백하게 됐다"며 양심선언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재적승려 혜명 스님도 "선거 하루 전 J스님이 순천시내 한 식당에 선암사 행자 출신 스님들을 불러 놓고 밥을 사준 뒤 설운 스님 지지를 부탁했고, 따로 노래방에 가라며 현금 100만원을 줘 이중 일부를 함께 자리했던 스님들에게 나눠줬다"고 폭로했다. 혜명 스님은 당시 J스님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던 스님들이 써준 사실확인서를 최근 총무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설운 스님은 "J스님이 일부 스님들에게 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은 있으나 이 같은 행위를 지시한 적도 없고 나와 무관한 일이다"고 해명했다. 설운 스님은 2011년 12월 선암사 재적 스님 161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29대 주지 선거에서 122표를 얻어 당시 연임을 노리던 경담 스님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순천=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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