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는 기술집약적 강소기업의 육성이 새 정부의 핵심과제라는 점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강소기업 육성의 관건은 핵심기술개발과 지속가능한 고급기술 두뇌의 공급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 두가지 핵심요소를 공급해 줄 수 있는 대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스탠퍼드대와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한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BT 클러스터, 텍사스 주립대와 오스틴지역, 핀란드의 울루, 영국의 서레이 등 대학 기반의 첨단산업클러스터 육성은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이와 관련해 우선 대학 관련 업무를 교육부 소관으로 결정한 것에 박수를 보낸다. 다만, 대학의 장으로서 이번 개편으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산학협력 기능을 이관할 경우 그동안 대학에서 수행해오던 산학협력의 노력과 가시적 성과들이 퇴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는 ‘산학협력’이 대학의 본래 기능인 교육 및 인력육성과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이 산학협력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관련 법‧제도‧재정지원이 일괄적으로 제공되어 지역기업의 상생 파트너로서 대학의 체제와 문화를 바꾸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육성과 산학협력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연구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지방에서 지역대학, 기업, 지자체 간의 적극적인 협력활동은 지역 강소기업의 발전에 동인으로 작용한다. 대학 연구실은 산업발전과 지역혁신에 기여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학협력 기능은 고등교육의 제도적 틀 및 정책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가 대학의 산학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산업교육진흥법’을 개정,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마련한 취지가 산업과 긴밀하게 연계되는 교육기반의 인재육성을 중심으로 협력해 나가는 것이었음을 곰곰이 되씹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레가 지난해부터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육성사업이다. 이는 총 1,700억원의 사업비 중 1,557억원(91.6%)을 대학체제 개편,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교육환경 개선 등 인재양성을 위해 쓰는 산학협력 사업이다. 이런 LINC사업을 연구개발(R&D) 중심의 산학협력 사업으로 간주하여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은 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시행한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은 사업의 소관부서가 바뀌었을 때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연혁적으로 보아도 LINC 사업은 광역경제권 인재양성 사업, 산학협력중심대학 육성사업, 지역거점 연구단 사업 등 과거 교육부에서 수행했던 3개 산학협력 사업을 통합해 지속가능한 지역산업 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과 인재양성사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들 모두 인재양성 및 대학의 체제 개편에 초점을 맞춰 교육부에서 태동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LINC 사업은 교육부에서 기존 사업들의 취지를 살려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역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과 기업기술지원 등을 통해 지역대학과 산업간의 동반성장을 적극적으로 도모할 수 있다면 새로운 정부가 추구하는 ‘지역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울러 지역에서 키워낸 인재가 지역에 착근함으로써 지역의 정체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성공적인 산학협력이 단순히 관련 재정지원사업의 소관부처를 변경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산학협력을 다른 부처에 맡길 경우 그동안의 경험 축적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또 한번의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신설될 미래부로 산학협력 기능을 전격적으로 이관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정상철 충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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