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대적 환율공세가 한국엔 희생을, 일본엔 회생을 안겨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쟁이 가장 치열한 자동차 시장에서, 양국 대표기업인 도요타와 현대ㆍ기아차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평가다. *관련기사 7면
블룸버그는 28일 일본의 업계가 엔저(低)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으며, 그 결과 ‘주식회사 일본이 주식회사 한국의 희생을 딛고 회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저의 최대 수혜기업은 도요타. 도요타는 3월 말 종료되는 2012 회계연도 순익이 작년보다 3배 가량 늘어난 8,900억엔(약 10조5,000억원)에 이르고, 2013 회계연도에는 엔저 영향으로 1조1,700억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도요타 아키오 사장도 “엔 환율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한국은 4년여 동안 지속된 원고(高) 효과가 소멸되면서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으며, BOA 메릴린치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제조업이 그간 누려온 환율상의 구조적 유리함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도요타와 경합하는 현대ㆍ기아차의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됐다. 양사 모두 엔저ㆍ원고 영향으로 4분기 영업이익이 후퇴한 상황.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일본이 엔저를 발판으로 우리와 경쟁이 심한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에 올라설 것”이라며 “이 추세가 계속되면 수익에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역시 엔저ㆍ원고의 가시권에 들어갔다.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경쟁업체와 격차가 워낙 벌어져 있어 자동차만큼 직접적 타격은 입지 않겠지만, 시장에선 벌써부터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들의 매도공세 속에 전일 대비 3.18% 하락, 137만2,000원에 마감했다. 140만원이 붕괴된 것은 작년 11월21일 이후 2개월여만. 현대차와 기아차도 각각 1.24%, 1.51% 떨어졌다. 외국인들은 이날 우리나라 간판업종인 IT와 자동차업종을 중심으로 5,000억원 어치를 팔아 치웠다.
업계 관계자는 “엔화든 원화든 하나만 움직여도 힘든 상황인데 엔저와 원고 두 악재가 함께 겹치는 바람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