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의 명물인 노루를 인위적으로 포획할 수 있는 조례 제정안을 놓고 찬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농민들은 노루 때문에 농작물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며 조속히 조례가 제정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환경단체는 노루의 개체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 조례안은 제주도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처럼 농민단체와 환경단체간 조례안을 둘러싸고 의견이 첨예한 가운데 제주지역 마을 이장들까지 논란에 가세했다.
96개 마을 이장으로 구성된 제주시 이장단협의회는 28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노루에 대해 하루빨리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야"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입농산물이 밀려드는 상황에서 노루에 의한 농작물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농민들이 이중 삼중으로 고통을 겪는 등 생존권마저 불투명한 실정"이라며 "더 이상 조례 제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루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적정한 개체 수 유지를 위한 인위적인 포획작업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보상금을 지급하고 피해예방시설, 설치비를 늘려도 농작물 피해가 반복되고 농민의 생존권은 벼랑 끝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환경단체는 "농민들의 심정을 깊이 공감하고 이해하지만 무조건적인 야생노루의 포획은 안 된다"며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하기에 앞서 도와 도의회가 나서서 농작물 피해보상과 방지대책을 확대하고 노루에 대한 생태조사와 연구, 관리방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1년 제주녹색환경지원센터가 해발 600m이하(면적 1127,4km²) 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노루 개체 수는 모두 1만7,700여마리로, 한라산 고지대에 서식하는 노루를 감안할 경우 2만~2만1,0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2009년 1만2,880마리였던 것에 비해 2년새 7,000~8,000마리가 급증했다.
실제 지난해 제주지역 농가들이 노루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며 신청한 피해보상금만 8억5300만원에 달한다. 도는 이중 267개 농가에 대해 3억8,100만원을 지급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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