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ㆍ원고로 일본과 한국기업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자동차 업종과 달리, 전자 쪽은 국내 기업들이 다소 여유가 있는 상황. 아무리 엔화 가치가 하락하더라도, 소니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란 얘기다.
하지만 일본기업의 추월여부와는 관계없이, 삼성전자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점차 커지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듯 삼성전자 주가는 28일 140만원선이 무너졌다.
일단 소니든 파나소닉이든 가격 경쟁력으로 만회하기엔, 삼성전자와 격차가 너무 벌어졌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소니는 5년 연속 적자행진에다 신용등급이 정크본드(투자부적격등급)까지 추락한 상황. 수익이 없는 사업을 계속 접고 있고, 최근엔 한 때 번영의 상징이었던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부 36층짜리 미국 본사 빌딩까지 처분했다.
핵심 포인트는 소니가 엔고가 아닌 혁신 실패 때문에 무너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환율변동이 소니 회생에 어느 정도 도움은 주겠지만, 옛 영광을 되돌려주지는 못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소니의 조지 보이드 대변인도 “엔ㆍ달러 환율이 더 이상 회사 수익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현재의 엔저에 별로 기대할 것이 없음을 시인했다. 씨티그룹의 에자와 고타 애널리스트 역시 “엔저 덕택에 삼성전자에 잠식됐던 시장점유율을 약간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소니의 TV 부문 회생을 지금 얘기하는 건 공허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니와 경쟁여부를 떠나 삼성전자 역시 엔저의 영향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실적발표회에서 작년 4분기 환율로 인해 3,600억원 정도의 수익악화가 발생했으며, 금년을 통틀어서는 엔저ㆍ원고로 인해 3조원 가까이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힌 상태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외국인들의 팔자 공세 속에 2개월여만에 140만원선 밑으로 떨어진 것도 그런 맥락이다. 유진투자증권 이정 연구원은 “1분기에는 계절적 비수기에다 원ㆍ달러 환율 하락까지 겹쳐 실적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줄어든 7조9,000억원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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