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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더 피플’의 실상과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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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더 피플’의 실상과 허상

입력
2013.01.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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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국민이다’라는 구호에 담긴 진리는

국민 수준에 걸맞은 정부를 갖는다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의 온라인 청원 사이트 ‘위 더 피플(We the People)’에 우리의 18대 대선 재개표, 수(手)개표 청원이 올랐대서 화제다.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은 어제 아침 칼럼에서 “고국 걱정이 지나친 나머지 미국에 사대(事大)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논평했다. 어느 신문 논객도 “상당수 네티즌은 ‘국제적 망신’ ‘국민 주권 포기’라며 부정적 반응”이라고 썼다. ‘반미를 외치던 이들이 미국을 끌어들이는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도 함께 전했다.

때 마침 미국의 시사저널 은 ‘백악관 청원 사이트는 조크(Joke)-민주주의의 미래’라는 묘한 제목의 글을 실었다. 글의 부제(副題)는 ‘연방정부를 낚시하기가 훨씬 어려워졌다’이다. 제목이 시사하듯 유권자들의 장난기 어린 청원 때문에 백악관이 공식 답변을 올리는 요건인 ‘동조 네티즌 2만5,000명’을 단번에 ‘10만 명 동조’로 바꿨다는 내용이다.

위 더 피플은 애초 ‘정부에 당신의 목소리를’이라는 슬로건처럼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정책 의견 게시판, 이를테면 온라인 신문고로 출발했다. 2011년 9월 개설 이후 14만 건이 넘는 청원이 올라왔다. 참여 유권자 540만 명에 동조 서명은 920만 명에 이른다. 이런 인기는 백악관의 기대와 예상을 크게 넘어선다. 이 때문에 출범 한 달 만에 공식 답변 문턱을 ‘30일 내 5,000명 동조’에서 ‘2만5,000명 동조’로 높였다. 그래도 청원이 폭주하자 지난주 10만 명으로 다시 높인 것이다.

그 동안 게시판에 올라온 청원 가운데는 그럴듯한 것들도 물론 있다. 그러나 동조 의견이 많아 답변 문턱을 넘어선 것들은 대개 황당무계한 내용이 많다. 대표적인 예를 들면, 영화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행성파괴 인공위성 데스 스타(Death Star)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지난 연말 이 제안에 동조한 의견이 2만5,000명을 넘어서자 백악관은 이례적으로 상세한 검토 의견을 붙여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영화에서처럼 달 크기 인공위성을 만들려면 무려 8,500조 달러가 들어가고, 필요한 특수강철을 제조하는데 만도 몇 천 년이 걸릴 것이란 답변이었다.

또 다른 유권자 제안 사례는 미국 북서부 깊은 산속에 산다는 설화 속의 원인(猿人) 새스콰치(Sasquatch)를 토종(土種)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스낵 케이크 트윙키(Twinkie) 메이커가 파산하자 회사를 국유화해서 트윙키를 살리자는 제안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유권자들이 백악관과 위 더 피플을 조롱거리로 삼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하게 한다. 그러나 의 논평은 비관보다 낙관 쪽으로 기운다. 정부와 의회의 국민 대표가 이끄는 공화정 정치에서 외면되기 십상인 풀뿌리 유권자들의 의견을 정치에 반영하는 소통 수단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살려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늘날의 대의민주주의에서 정치와 국민이 소통하는 주된 수단은 투표와 여론조사이다. 그런데 투표는 흔히 민생 이슈보다 인물에 초점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여론조사도 유권자가 아니라 정치와 정부의 필요에 따라 선택한 이슈에 치우치기 쉽다. 이에 비해 위 더 피플과 같은 인터넷 소통은 유권자 스스로 이슈를 선택하고 제안하는 장점을 지닌다. 이런 효용성을 잘 살려나가는 것이 민주정치에서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요한 단서가 있다. 정치의 주인인 유권자와 국민 스스로 온라인 직접 소통수단을 얼마나 올바로 활용하는지가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21세기 디지털 세계에서도, 어느 나라든 국민 수준에 어울리는 정치와 정부를 갖는다는 이치는 변함이 없다. 그게 위 더 피플, ‘우리는 국민이다’라는 구호에 담긴 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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