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엔저), 원화 강세(원고)는 국내 산업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11월 한국과 일본의 50대 수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26개(52%)의 품목이 서로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과 중복비율이 50%를 초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석유화학 선박 LCD 등 대부분 주력수출품목이 경합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직접적 영향을 받는 건 자동차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엔저ㆍ원고의 최대수혜자는 일본 도요타이고,반대로 최대 피해자는 한국의 현대ㆍ기아차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도요타의 연간 영업이익은 350억엔(약 4,200억원) 증가한다. 닛산은 200억엔, 혼다도 170억엔의 추가 수익이 예상된다.
이에 비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원ㆍ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마다 연간 1% 가량 낮아진다. 채희근 현대증권 산업재팀장은 “작년 원ㆍ달러 평균 환율이 1,126.76원인데 올해는 1,050원 수준에서 마감한다고 보면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은 7%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 8조4,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대략 6,000억원 가량의 수익악화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 시장이 보는 예상실적도 그렇다. 에프엔가이드가 집계한 현대차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1,97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75% 가량 줄어들 전망. 반면 도요타는 엔저 영향으로 올해 순익이 작년보다 25% 가량 늘어 1조1,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도요타가 무조건 낙관적이거나, 현대ㆍ기아차가 무조건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환차익이 많이 생겨 소비자들에게 줄 수 있는 인센티브 여력이 늘어났다고 해도, 도요타가 이 카드를 쉽게 쓰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와 관련, 안세환 IBK증권 선임연구원은 “GM이 2005년 처음 적자로 돌아서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파산한 이유도 결국은 과도한 인센티브였다”며 “이를 모를 리 없는 도요타가 인센티브 카드를 추가로 쓰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도요타의 인센티브는 현재도 높은 수준이다. 도요타가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1대당 지급한 인센티브는 평균 1,756달러로, 현대ㆍ기아차(1,573달러)보다 높다.
하지만 미국 시장 이외의 경합지역에서 현대ㆍ기아차의 피해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특히 경쟁이 치열한 호주와 러시아 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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