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었다. 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했지만, 2차 결선투표에서 몰표를 받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됐다.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맡기도 한 정 회장은 1993년부터 2009년까지 16년 동안 협회를 이끈 정몽준 의원의 사촌동생이다. 중간에 조중현 회장이 있지만,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정 의원이 계속 축구협회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발휘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대가(家)의 장기집권이다.
■역시 사촌으로 안양한라 아이스하키단을 운영하고 있는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본선진출과 50억 원 투자를 공약으로 아이스하키협회 회장 도전에 성공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단독출마로 대한양궁협회장을 계속 맡게 됐다. 이번이 세 번째 연임으로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한국양궁을 이끌어 가고 있는 셈이다. 앞서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1985년부터 1997년까지 12년 동안 협회 회장을 지낸 뒤 명예회장으로 물러나 있다.
■현대가의 한국 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고 정주영 회장으로까지 거슬러 간다. 1981년 당시 전경련 회장으로 88서울올림픽 추진위원장을 맡아 특유의 추진력으로'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드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해 스포츠에서도 '현대가'의 위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1981년7월부터 2년3개월 동안은 종래 거물 정치인들이 단골이던 대한체육회장을 맡아 "나는 봉이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스포츠의 현대화를 위해 사재(私財) 40억 원을 쏟아 부었다.
■그리고 아들인 정몽준 의원은 축구협회장을 맡아 2002년 한일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만약 소문대로 정 의원이 다음달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도전해 성공한다면 이 역시 대를 이은 집권이다. 현대가의 경기단체장 '사랑'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스포츠까지 돈으로 장악하고, 스포츠를 개인과 기업 이익에 이용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꼭 그럴까. 스포츠에 대한 애정과 관심, 책임감을 타고난 가계(家系)일 수도 있다. 현대가(家)야말로 그렇다고 믿고 싶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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