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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총리 후보자, 스스로 묻고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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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총리 후보자, 스스로 묻고 답하라

입력
2013.01.28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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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정 선임기자 jaylee@hk.co.kr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검증이 이뤄지지 않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낙마가 확실시되는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태보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차기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여서만이 아니다.

김 후보자는 법조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원로 가운데 한 사람이자 일각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모범으로 꼽혀 온 인물이다. 그는 2009년 한 인터뷰에서 “변호사가 돈에 눈독을 들이면 법의 창녀로 전락하게 된다”면서 “깨끗하게 부를 일구는 청부(淸富)에 대한 관념을 갖고 사회의 약자와 소외된 자를 배려하고 살아간다면 꿀릴 게 없지 않느냐”고 일갈했다. ‘법과 정의가 바로 선 사회’를 외치며 기회 있을 때마다 법조계는 물론, 권력자와 국민들에게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던 그였으니, 재산 형성 및 두 아들의 병역 면제 사유와 관련해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일 수밖에 없다.

제기된 의혹들만 보면 김 후보자의 두 아들은 가히 ‘신의 아들’급이다. 장남은 체중 미달로, 차남은 통풍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고, 각각 8세, 6세였던 1975년에 지금은 시가 60억원을 호가하는 서울 서초동 땅(대지 면적 674㎡)의 공동주인이 됐다. 김 후보자 측은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던 모친이 손자들을 위해 당시 돈 400만원에 매입해 준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장남 소유인 경기 안성 임야(7만3,338㎡)의 경우 김 후보자가 74년 법원 직원과 함께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가 한창이던 70~80년대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서 사들인 주택과 임야 등에 대해서도 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덮어놓고 몰아세우는 ‘마녀사냥’은 경계해야겠지만, 현재는 석연치 않은 해명이 도리어 논란을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의혹 제기만으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병역과 편법 증여 논란에 대해 바로 이렇다 할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김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을 리 없다. 실제로 총리실은 뒤늦게야 증여세 납부 및 신체검사 기록 등 증빙서류를 관련 기관에서 넘겨받아 검토한다고 법석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 후보 시절 동생 지만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본인이) 아니라면 아닌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는데, 김 후보자에 대해서도 ‘내가 믿는데 무슨 검증이 필요하냐’는 인식을 가졌던 게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 대목이다. 새누리당은 이동흡 후보자에 대해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잡다한 의혹이 제기되고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난 뒤에도 “결정적 하자가 없다”며 감싸기에 급급했다. 인사청문회의 본뜻을 망각하고 “야당에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의 정쟁 구도로 몰고 갔던 새누리당이 ‘지는 해’도 아니고 ‘뜨는 해’의 ‘복심(腹心)’에게 단호한 태도를 보이기를 기대하기는 난망이다.

도덕성 논란과는 별개로 김 후보자가 과연 총리직에 적임자인지도 솔직히 의문이다. 청력 이상 등 건강 문제만이 아니다. 그가 총리 지명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보여 준 태도는 무책임해 보일 만큼 실망스러웠다. 소감이라고 밝힌 것은 국무총리 임명과 임무에 관해 규정한 헌법 제86조를 거의 그대로 읊은 데 불과했고, 대부분의 질문에 “생각해 본 일 없다” “모른다”고 답했다. 그가 평소에 “법관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 보고 영예도 누렸으니 남은 생애에 할 일이 있다면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것을 갚는 것뿐”이라고 말해 왔던 것을 떠올리면, 억지춘향 격으로 끌려 나온 것은 아닌가 싶은 의구심마저 든다.

김 후보자는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사회지도층을 향해 “나만, 내 가족만 잘 살고 잘 먹는 궁리들을 하니까 사회에 꿈이 없는 거 아니냐”고 꾸짖었다. 그 질타를 스스로에게 돌려 제기된 모든 의혹들에 대해 낱낱이 해명해야 한다. 더불어 ‘꿈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총리로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소신을 밝혀야 한다. 요행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대통령 곁에서 적당히 눈치 보며 얼굴마담이나 하는 총리로 남는다면 그를 존경받는 원로로 떠받들던 우리사회의 비극이자 그 자신의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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