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비문화수련원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지만 감독기관은 팔짱만 끼고 있다. 영주시는 수백억원을 들여 지은 수련원 운영을 성균관에 위탁했으나, 원장과 전 직원의 국고보조금횡령 등으로 ‘선비’도시 영주의 이미지만 먹칠하고 있다. 또 원장이 일부 직원에 대한 일방적인 해고(계약해지)로 말썽을 빚고 있어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영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영주시 순흥면 선비촌 옆 6만㎡에 180억원을 들여 누각과 교육관, 관리실, 전통도예관 등 전통한옥 19동을 지어 2008년 10월 한국선비문화수련원을 개원했다. 이듬해에는 53억원을 들여 전통음식체험관과 야생화단지를 추가 조성했다.
시는 2008년에 이어 2010년에도 우리나라 유림의 대표단체인 성균관이 수련원 이미지에 부합하고 교육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 무상으로 운영을 위탁했다.
원장 기소ㆍ강사 계약해지 등 파열음
하지만 성균관이 임명한 이모(54) 선비문화수련원장은 지난해 초 횡령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다가 지난해 말 6,75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는 등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도 수련원이 2010년 11월에 설립, 운영해 온 사회적기업의 비정상적인 회계처리 등을 문제삼아 지난해 6월에는 지원을 중단했다. 이 원장은 이를 빌미로 지난해 말 사회적 기업 직원 20명 중 12명을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고 당사자들은 고용노동부 등에 탄원하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련원은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예절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 운영도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중호 영주시의원은 지난해 6월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등 진상조사에 나섰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팔짱 끼고 있는 영주시
23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수련원을 건립한 영주시는 사건이 표면화한 8개월여 동안 전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개인적으로 쓴 적이 없다”며 버티기로 일관하자 이씨를 임명한 성균관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 하지만 이씨는 횡령한 돈을 성균관 직원과 지인 등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재판 과정에서 최종적인 사용처가 드러날 경우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영주시 관계자는 “내부 운영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시가 나서기 어렵다”고 발뺌했다. 또 “시 보조단체가 보조금을 정해진 목적과 달리 썼을 경우에는 제재할 수 있다”며 “올해 말 3년간의 수탁운영기한이 끝나고 재계약 할 때 성균관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영주시가 성균관과 수탁운영 협약을 맺을 때 수탁운영 기간 중에 발생하는 내부의 불법행위 등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조항을 명시하지 않은 때문으로 보인다.
황병직 시의원은 “시가 거액을 들여 지은 시설이니 만큼 목적대로 운영되는지 관리감독할 책임은 시에 있다”며 “횡령한 돈이 시비가 아닌 국비이므로 책임이 없다는 식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실제로 협약서 제14조(관리운영감독)에는 “공무원이 운영전반을 지도하거나 정기검사 할 수 있으며, 파견 지도감독하게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운영정상화를 위해 시가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중론이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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