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사실상 '버리는 카드'로 보고 있다. 여론이 이 후보자에게 이미 부적격 판정을 내린 만큼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를 무리하게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은 언제, 어떤 수순을 통해 이 후보자를 낙마시킬지에 대해서는 답을 찾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고민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명한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노골적으로 요구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자칫 이 후보자 지명에 동의했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또 이 후보자를 사퇴시키더라도 당장 헌법재판소장 공백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 된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이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으면서도 "임명동의안을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애매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27일 브리핑을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다면 부적격 의견 모두를 인사청문보고서에 병기해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가장 현실적인 퇴로라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임명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직권상정해 표결 처리하는 시나리오도 있지만, 강 의장이 직권상정에 회의적인데다 부결될 경우 정치적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에도 이 후보자가 스스로 거취를 정리해 주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 후보자가 버티려 하는 기류가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여권에서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일부 인사들은 "결정적 하자가 없다"면서 이 후보자를 비호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결국 사퇴하더라도 시간을 다소 끄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새누리당이 사퇴 압박 강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후보자가 당장 낙마하면 이 대통령이 새로운 후보자를 지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새 후보자의 자질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될 경우 박근혜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2월 임시국회 관련 여야 협상에서 이 후보자 거취 문제를 김용준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와 정부조직 개편안 처리 문제 등과 함께 패키지로 다루는 것이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