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이 22일 물가 2% 목표와 무제한 금융완화를 발표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으로부터 압력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베 총리가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중앙은행(일본은행)의 독립성을 흔든 적이 없다"고 한 발언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아베 총리가 15일 관저에서 주도한 회의에서 한 인사가 "총리가 일본은행 총재 해임권을 갖도록 일본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일본은행 총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총리가 임명하지만 해임권은 없다.
정부의 요구를 듣지 않으면 일본은행 독립성을 뺏겠다는 취지의 이날 회의 내용은 일본은행에도 곧바로 전달됐다. 그 뒤 일본은행에 '독립성을 해치는 법 개정을 피하기 위해 정부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세력이 늘었고 결국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는 은행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대신 물가 목표와 금융완화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일본은행이 공동으로 지겠다는 문구를 넣을 것을 정부에 요구했으나 발표문을 함께 읽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일본 정부는 이 과정에서 일본은행이 독립성 위협을 받았다는 인상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까지 내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26일 다보스 포럼 화상회의에서 "정부와 일본은행의 공동성명은 일본은행이 판단한 것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산업장관도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디플레이션과 경기침체의 장기적인 주기를 깨기 위해 이례적인 조치에 합의한 것일 뿐"이라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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