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지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기부하기로 한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에 들어설 한옥마을이 사실상 인천시민의 혈세로 지어지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신세계는 500억원을 투입해 한옥마을을 지어 인천경제청에 기부하는 대신 인천경제청은 신세계에 청라 복합쇼핑몰 땅값을 500억원 깎아주는 내용의 실시협약을 양측이 지난해 말 체결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27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송도 센트럴파크 부지 3만1,000㎡에 들어설 인천 한옥마을은 신세계가 500억원을 들여 지은 뒤 인천경제청에 기부하기로 했다. 인천경제청과 신세계는 지난해 1월 이 같은 내용의 실시협약을 체결해 발표했다. 이 한옥마을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온돌방 형태의 전통호텔 20~30실과 연회용 영빈관, 전통문화체험관, 저잣거리 등이 들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면적 6만7,000㎡ 규모로 올해 착공해 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리는 2014년 준공될 한옥마을의 운영은 공개입찰을 통해 선정된 민간사업자가 맡기로 했다.
그러나 논란은 인천경제청이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청라 2블록 내 부지 16만5,290㎡의 가격을 한옥마을 건설비만큼 깎아주는 내용의 협약을 지난해 말 신세계측과 맺은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신세계는 전체 땅값 1,000억원 중 500억원만 현금으로 부담하고, 나머지 500억원은 한옥마을로 기부 채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인천경제청은 청라 쇼핑몰 부지를 신세계 측에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말 실시협약 체결직후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2블록 전체를 조성원가에 사들이며 815억원을 투입했다. 특히 청라 쇼핑몰 부지에 대한 매매 계약이 이뤄지기도 전에 한옥마을 착공에 들어가면서 쇼핑몰 조성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경우 한옥마을을 짓는 비용 부담에 대한 인천경제청과 신세계측의 법적 다툼이 일어날 소지도 있어 우려감마저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인천시의회는 이 같은 사업방식에 문제가 있다며 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이미 협약을 체결했다"며 계획 변경에 대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송도 한옥마을과 청라 쇼핑몰 사업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되고 있다"며 "이 사업들은 송도와 청라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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