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이 '비과세ㆍ감면 일몰 때 무조건 종료' 원칙을 밝힌 것은 약 134조원에 달하는 공약이행 재원 마련을 위해 비과세ㆍ감면 대폭 축소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비과세ㆍ감면 정비를 통해 올해 1조4,000억원, 내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3조~3조8,000억원씩 마련하겠다고 공약했다. "일몰이 오면 무조건 일몰이다", "다시 연장하더라도 굉장히 까다롭게 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은 이 같은 공약을 염두에 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그는 "이것은 되고 이것은 안 된다는 식으로 싸울 필요가 없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현실성 우려에도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당장 올해 말 만기를 맞는 비과세ㆍ감면 항목은 40여 개, 감면액 규모만도 최소 1조6,000억원 이상이다. 1,000억원 이상 덩치 큰 감면제도만 봐도 ▲재활용 폐ㆍ중고품 취득 때 부가가치세 감면(7,375억원) ▲에너지절약시설 투자 감면(2,957억원) ▲택시사업자 부가세 감면(1,576억원) 등 취약계층이나 녹색성장 지원 항목이 대부분이라 딱 잘라 없애기도 쉽지 않다.
박 당선인의 공언대로라면 올해 말 일몰이 되는 40여 개 비과세ㆍ감면 항목을 모두 없애고 최소한만 남겨야 하지만, 그간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정부 관계자들은 "근로자 소득공제나 농어민 세금감면 등을 일괄 폐지하면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물가 구조개선 역시 수년 전부터 추진해왔으나 현실의 벽에 막혀 진전이 더딘 게 현실이다. 박 당선인은 농산물 등의 수요ㆍ공급 예측력 향상, 에너지 절약 외에 특히 유통구조 단순화를 강조했다. 그는 "산지에서 500원인 채소가 어디는 6,000원, 어디는 1만원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인수위 때부터 잘 연구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후 수 차례 농산물 유통구조 선진화를 강조했고 정부 또한 지난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물가안정의 최우선 수단으로 유통구조 개선을 약속했지만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낮은 곡물자급률과 난립한 중간유통상 등 구조적으로 얽혀있어 개선이 쉽지 않은 탓이다.
한편 기획재정부 예산담당 차관 출신의 류성걸 경제1분과 간사는 "보육료 등 대규모 사업 추진 과정에서 중앙과 지방정부 간 재원 배분의 큰 틀을 재검토할 상황이 올 것"이라고 밝혀 현재 중앙ㆍ지방 간 분담 형태인 복지예산 부담의 비율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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