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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기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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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기억력

입력
2013.01.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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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이스라엘 연구팀이 '금붕어 기억력은 3초' 속설을 깨는 연구결과를 냈다. 연안의 물고기들에게 한 달쯤 특정음악과 함께 먹이를 주어본 뒤, 4~5개월 뒤에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음악을 들려주자 물고기들이 먹이를 먹으려 몰려들더라는 것이다. 명백한 기억행위였다. 비슷하게 쓰이는 '새 대가리'란 표현도 마찬가지다. 닭까지는 모르겠으되, 도구를 사용하고 학습능력까지 있는 까마귀를 보면 틀린 말이다. 까마귀 지능이 고양이보다도 높다는 연구도 있다.

■ 반면, 영장류를 제외한 동물 중 머리가 좋고 기억력이 뛰어나기로는 단연 코끼리가 꼽힌다. 영어에 'An elephant never forgets(코끼리는 절대로 잊지 않는다)'라는 관용어가 있을 정도다. 드넓은 지역에서도 가본 장소나 길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때문이다. 코끼리들은 인간의 선산과 같은 집단묘역도 갖고 있다. 그곳까지의 죽음의 여행을 한번 동반한 가족은 자신이 죽을 때가 되면 정확히 기억을 되살려 같은 장소로 길을 떠난다.

■ 이상득 전 의원과 정두언 의원이 지난 주 같은 법정에서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함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여름 구속된 이 의원과 달리,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정 의원은 미처 예상치 못한 법정구속에 크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앞서 개인비리로 수감 중이다. 다들 '만사형통', '대통령 멘토' '왕차관' 등의 별명을 얻었던 이 정권 실세 중의 실세들이었다.

■ 매 5년 정권 말마다 똑같이 되풀이돼온 풍경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교훈을 얻지 못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걸 보면 금붕어나 새를 비웃을 것 없는 단기기억력이다. 고양이 대상 실험이 있다. 수직무늬 방에서 먹이를 찾고 출구를 찾으며 놀던 고양이들을 수평무늬 방에 바꿔 넣었더니 먹이나 출구를 전혀 찾지 못하고 헤매더라는 것이다. 환경에 의해 지각이 제한된 때문이다. 고질적인 정치판의 환경이 정상적인 기억 형성을 가로막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준희 논설실장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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