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축축한 상하이의 거리를 쏘다니다 지친 다리를 쉴 겸 카페에 들어갔다. 실내는 따뜻했고 커피는 맛있었고 음악은 달콤했다. 손님들은 책을 읽거나 아이패드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나 카페는 고요하고 아늑하다기보다는 명랑하게 시끄러웠는데, 까닭은 점원들이었다. 젊은 점원들은 차를 만들고 서빙을 하는 틈틈이 옹기종기 모여 또랑또랑한 수다를 떨다가 깔깔 웃곤 했다.
지나가다 들른 가게나 음식점에서 벌써 몇 번째 접한 장면이다. 불친절한 것도 아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니되 손님을 그다지 개의치 않는 태도. 사회주의 중국의 흔적인지도 모른다고 멋대로 생각해 본다. 처음엔 적잖이 황당했는데, 한편으론 딱히 싫지만도 않았다. 지나친 상냥함이나 지나친 서비스 대기모드보다는 차라리 더 마음 편한 면도 있으니까.
손님이 왕이 되면 될수록 종업원의 감정노동 강도는 점점 혹독해진다. 백화점에서 알바를 하던 한 친구가 오래 전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루 종일 서 있어서 미칠 듯이 피곤한데, 미소를 잃으면 안 돼.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화내는 손님에게도 무조건 죄송하다며 굽실거려야 하고. 그게 제일 힘들어."
친절봉사정신에 시달리는 대신 일을 하는 동안 이렇게 동료들과 즐겁게 떠들 수 있다면 노동이 그저 괴롭지만은 않겠지 아마.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말았는지 몸이 노곤해지면서 까무룩 졸음이 몰려왔다. 뜻을 알 수 없는 중국어 말소리가 몽롱한 머릿속에 BGM으로 깔리기 시작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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