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도 팬들도 신이 났다. 축제였다. 정규리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온갖 묘기가 26, 27일 이틀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펼쳐졌다.
승패는 의미가 없는 경기였다. 치열한 순위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앞다퉈 '쇼맨십'을 선보였다. 외모가 곱상한 김선형(SK)와 양희종(KGC)은 립스틱까지 발랐다. 조성민(KT)과 양동근(모비스)은 숨겨왔던 댄스 실력을 공개했다. 경기 중반 펼쳐진 선수들의 각종 세리머니는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한국 농구의 살아있는 '전설'들이 먼저 분위기를 달궜다. '허동택(허재-강동희-김유택) 트리오'와 '이조추(이상민-조성원-추승균) 트리오'는 26일 모처럼 유니폼을 입고 한 판 승부를 벌였다. 듬성듬성 흰머리가 나고 큼직한 유니폼으로도 뱃살을 숨길 수 없었지만 열정만은 여전했다.
물론 현역 시절에 비하면 움직임이 턱없이 느렸다. 작심하고 던진 슛은 림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허재 KCC 감독은 9분57초를 뛰면서 한 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3개 시도한 3점슛과 1개의 미들슛은 팬들의 염원과 달리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김유택 중앙대 감독도 2분57초 동안 코트에 섰지만 공을 잡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나마 강동희 동부 감독이 9분30초를 뛰면서 5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청춘인 왕년 스타들의 플레이에 체육관을 찾은 수 천명의 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경기에서는 '이조추 트리오'가 포함된 매직팀(삼성ㆍSKㆍKCCㆍ전자랜드ㆍKGC)이 드림팀(KTㆍLGㆍ오리온스ㆍ동부ㆍ모비스)을 64-60으로 물리쳤다. 이상민 삼성 코치는 5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조성원 SBS ESPN 해설위원은 2점 4리바운드, 추승균 KCC 코치가 11점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문경은 SK 감독은 13점을 기록하며 MVP를 차지했다.
현역 선수들이 맞붙은 27일엔 더 화려한 볼거리가 풍성했다. 무려 23개의 덩크슛이 폭발했고 60개의 어시스트가 쏟아졌다. 드림팀의 '베스트5' 양동근-전태풍(오리온스)-이승준(동부)-함지훈(모비스)-로드 벤슨(LG)과 매직팀의 '베스트5' 김선형-김태술(KGC)-문태종(전자랜드)-후안 파틸로(KGC)-최부경(SK)은 작심한 듯 고난도의 플레이를 펼쳤다.
팬들은 환호했다. 탄성도 절로 나왔다. 특히 양팀의 센터로 출전한 벤슨(9개)과 파틸로(8개)는 약속이나 한 듯 잇달아 덩크슛을 꽂아 넣어 경기장을 들끓게 만들었다. 여기에 김선형도 림을 부술 듯 2개의 덩크슛을 성공시키며 포효했다. 경기는 매직팀이 종료 2.8초전 터진 파틸로의 미들슛을 앞세워 드림팀을 120-118로 꺾었다.
파틸로는 기자단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 72표 중 50표를 획득해 MVP(상금 300만원)에 선정됐다. 특히 외국인 선수 부문 덩크슛 콘테스트에서도 우승, 이날 상금으로만 400만원을 챙겼다. 이승준(동부)은 국내 선수 부문 덩크슛 콘테스트 정상에 오르며 3번째 덩크왕에 올랐고 양동근은 3점슛 콘테스트에서 우승해 상금 1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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