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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남대문 호떡 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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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남대문 호떡 노점

입력
2013.01.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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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다시 찾은 서울 남대문시장의 명물 '야채호떡집'은 문전성시였다. 이 명물이 강제 철거됐다는 소식을 전한 본보 기사(2012년 11월 15일자 10면)로 화제가 됐던 야채호떡집은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난 23일 강제 철거된 서울 노량진의 '컵밥' 노점들처럼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 호떡집도 인근 상인들의 계속되는 신고로 단속에 걸려 수레와 장비 등 일체를 수거당했다.

두 달이 조금 더 지난 지금 이 호떡집은 다시 성업 중이다. 사라졌던 호떡집이 회생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주인 이길자(58)씨는 강제 철거 이후 시장에 적지않은 변화가 있었다고 했다.

이씨는 "과태료 8만원을 내고 1주일 만에 수레를 찾아 다시 시장에 돌아왔을 때만 해도 언제 다시 철거당할지 몰라 불안한 상태였다"며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장사를 다시 시작했는데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말했다. 호떡집 철거가 기사화되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들과 시장 상인들 사이에 "노점을 대책 없이 무작정 철거하는 건 안 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외국의 한국관광 가이드북에도 소개돼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인기 노점이 없어지면 시장 손님들이 그만큼 줄어들어 주변 상인들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고, 재래시장 특유의 활기도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시장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호떡집 근처 상가에서 34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김모(64)씨는 "호떡집이 실제로 철거되는 걸 보며 같이 장사해온 입장에서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손님이 그 집에만 몰린다는 이유로 특정 노점을 시기하는 모습이 남대문시장 상인들 전체의 모습인 양 비춰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여론이 확산되면서 호떡집을 상대로 빗발치던 민원도 자취를 감췄다. 중구청 관계자는 "행인들이 보행이 불편하다며 노점을 상대로 민원을 넣는 적은 있었지만 '손님을 빼앗아 간다' '장사에 방해된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민원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를 가장 반기는 건 물론 노점상들이다. 50년째 노점을 하고 있다는 이모(67)씨는 "호떡집이 철거될 즈음에 유독 민원이 많이 들어가 단속을 자주 나와서 불안했는데 요즘은 그에 비하면 훨씬 편하게 장사하고 있다"며 "가게 업주들과 노점상들 간의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지만 상생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생계의 터전을 잃을 위기를 겪으며 마음을 졸였던 호떡집 주인 이씨도 변했다. 그는 "일개 불법 노점상이지만 시장을 함께 구성하고 있는 일부라는 걸 인정해준 것 같아 감사하다"면서 "주변에서 도와준 만큼 앞으로도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고 시장에 도움이 되는 가게로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호떡집 주변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줄을 선 손님들의 질서 유지에 신경쓰는 한편 비용이 더 들더라도 질 좋은 재료를 쓰고 남는 재료는 절대 쓰지 않는 등 위생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됐다고 했다.

"노량진 컵밥도 잘 해결되길"

두 달여 전의 자신과 똑같은 상황에 처한 노량진 컵밥집 노점상들을 생각하는 이씨의 심정은 남다른 듯했다. 이씨는 "노점 갈등을 합법, 불법의 문제로 몰고 가면 양쪽 모두 손해"라며 "서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 한 발씩 양보하고,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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