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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쭉~ 만년 청춘 신인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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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때까지 쭉~ 만년 청춘 신인류의 시대

입력
2013.01.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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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중년·노년 등 통념적 구분 무의미젊은 시절의 라이프스타일 유지하며 나 만의 삶 즐기는 '어모털족' 증가결혼·이혼·일 등 인생의 모든 선택… 언제나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정열은 젊음의 특권이 아니라 정열 가진 이가 젊은이 되는 시대"

"나이 값 하라"는 충고를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요즘 제 나이를 잊고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젊은이들보다 더 열정적인 삶을 사는 유명인사들은 물론, 주위에서 '그 나이로는 안 보이는' 정열적인 사람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을 알리는 이 책 를 읽다 보면 이제 나이에 대한 통념은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2009년 타임지 선정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에 꼽히기도 했다. 타임지의 유럽 총괄 편집장인 캐서린 메이어가 '영원히 살 수 없는' 이란 뜻의 'mortal'에 부정을 뜻하는 'a'를 붙여 명사형으로 만든 이 말은 10대 후반부터 죽을 때까지 똑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거의 대체로 똑같은 일을 하고 똑같이 소비하는 사람들을 뜻하는 어모털족의 개념을 낳았다. 책은 한두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 트렌드로 자리 잡은 어모털족이 어떻게 일하고 소비하며 사랑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는지 그들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인지 등을 심층분석했다.

노화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는 없지만 의학의 발전, 생명연장 기술의 발달로 죽음을 늦출 수 있게 됐다. 가끔은 늘어나는 주름을 감추기 위해 보톡스로 억지로 볼을 팽팽하게 한 이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하지만,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것도 능력인 시대다. 늙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나이에 머무는 것은 개인의 여건과 취향, 그리고 선택에 달려있을 뿐이다. 미국의 세네제닉스라는 노화 방지 전문 클리닉은 호르몬 최적화 요법으로 젊음을 연장시켜주는 치료비가 한 달에 몇백만 원에 이르는데도 2만여명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첫 아이를 낳는 나이 역시 많아졌으며, 비아그라 등 약물의 등장으로 70, 80대에도 성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제 인생에 있어서 뭘 하기 적절한 때라는 것은 없다. 저자 말마따나 오늘날 나이는 유동적이다 못해 혼란스러운 것이 되었으며, 유년기, 청소년기, 중년기, 은퇴기, 노년기, 황혼기에 이르는 단계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다.

어모털족을 정의하는 것은 신체적 조건보다는 정신적 개념이다. 젊은 시절의 라이프스타일이나 태도, 가치관, 행동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하는 것이다. 어모털족은 자신들의 행동이 나이에 어울리는 것인지에 대해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나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며,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가장 먼저 써보고 싶어 한다. 결혼, 이혼, 출산, 공부, 일 등 인생의 모든 선택이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미국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가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은 대표적인 어모털족이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취향이 변하지 않았다"는 그는 쉰 살에 약혼을 했지만 여전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죽음에 관해서도 등을 돌리고 있다. 장례식 같은 데는 일부러 회피하면서 피터팬처럼 사는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삶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 예측한다. 올해 나이 86세인 휴 헤프너(플레이보이 창립자) 역시 얼마 전 60세 연하의 여성과 세 번째 결혼을 하는 등 나이가 무색한 인생을 사는 대표적 인물이다. 헤프너와 결혼한 해리스는 "나이 차이를 가지고 쑥덕거리는 사람이 많지만 나는 나이차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며 "그래도 뭔가 차이가 있다면 나는 어른이고 헤프너는 아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라고 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록 밴드 롤링스톤즈의 보컬 롤링 스톤즈 역시 6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무대를 즐기고 있는 어모털족이다.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엘렌 랭거의 실험은 결국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마음의 상태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다. 75세 이상 노인들을 20년 전 환경에 놓고 일주일 후 신체 나이를 측정했더니 전보다 7~10년씩 젊어졌다는 것이다. 사회가 요구하는 나이에 맞는 옷차림, 태도, 말투를 거부하며 사는 사람들을 우리는 철없다고 하지만 그들은 외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이 규정한 시계대로 사는 이들일 수도 있다.

다만 문제는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다. 2050년까지 인류 5분의 1은 60세 이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에 따르면 더 이상 적정한 은퇴 Х?繭?없다. 저자는 시간을 되돌리는 만병통치약이란 없는 게 자명한데도 약물과 불완전한 의료 시스템을 찾아 다니는 이들이나 신앙과 과학을 조합하려는 사이언톨로지 같은 신흥 종교의 출현 등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측면도 짚고 있다.

우리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만 나이에 관한 통념을 씌우는 건 아닐까. 미국 배우 리처드 윌슨은 73세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내 이미지는 늙은이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늙은이 취급을 하면 꽤나 충격을 받는답니다." 정열은 젊음의 특권이 아니라 정열을 가진 이가 젊은이가 되는 시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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