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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전쟁·주차전쟁·식사전쟁 '단내나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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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전쟁·주차전쟁·식사전쟁 '단내나는 하루'

입력
2013.01.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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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정부세종청사 2동 1층 구내식당. 점심시간이 시작되려면 20분이나 남았건만 식당 앞은 벌써 초만원이다. 늦을세라 헐레벌떡 발길을 옮긴 공무원, 협력업체 직원들이 긴 줄의 꼬리에 붙어 선다. 오늘의 주 메뉴는 조기와 카레라이스. 기획재정부 한 사무관은 "11시 반에는 밥 먹으러 나와야 오래 기다리지 않고 식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천에선 보기 힘들었던 생경한 풍경이다.

지난해 말 이주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6개 부처 인원 5,500여명은 매일 '점심 전쟁'을 치른다. 청사 내 마련된 구내식당은 4곳, 1,500석 규모로 자리가 부족하다. 걸어 갈만한 반경 2㎞이내 식당이라곤 주변 건설현장 식당(함바집) 3곳이 전부여서, 점심 전쟁이 아무리 치열해도 도망칠 수가 없다. 외부인과 점심식사하며 회의라도 할라치면 대전 유성, 조치원까지 나가야 한다. 차로 20여분 거리라 청사에 들어오면 오후 1시를 훌쩍 넘길 때가 많다.

시작은 원대했다. 세종시특별자치시 홈페이지는 세종시를 "모두가 꿈꿔왔던 최고의 도시"라 소개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27일 많은 기대 속에 정부세종청사 개청식이 열렸다. 본격적인 세종시 시대가 열린 지 한 달, 설마 했던 공무원들은 실망한 모습이 역력하다. 매일이 전쟁터인 이곳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서울에서 통근버스로 출퇴근 하던 국토부 과장 A씨. 그는 출퇴근 2주 만에 세종시에 전셋집을 얻었다. 세종시에 살면 적어도 출근길은 편할 줄 알았지만 오산이었다. 그는 아침마다 '주차 전쟁'과 마주한다. 주차 공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종시정부청사관리소에 따르면 국토부, 농림수산식품부가 위치한 5동의 주차공간은 157개. 5동 전체 인원(1,264명)의 12%수준이다. 기획재정부 인원 대비 주차 공간 비율도 16%에 그친다.

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종조합 황보우 위원장은 "친환경 도시를 만든다며 주차공간을 대폭 줄였으면 대중교통이라도 잘 해놨어야 하는데, 이도 저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간간이 다니는 시내버스는 '귀한 몸'이고, 경전철과 버스의 장점을 결합해 세종시의 대표 교통수단이 될 것이라 홍보하던 바이모달트램은 현재 2대 모두 고장으로 멈춰있다. 오송역과 세종청사를 오가는 이 트램의 대당 가격은 무려 19억원이다.

새집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완공된 지 한 달밖에 안된 건물로 입주한 탓이다. 국토부 한 주무관은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종청사에 입주한 부처 사무실 공기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가 기준치보다 4~6배 많이 검출됐다. TVOC는 암을 일으키는 벤젠 등 300여개 물질로 이뤄진 탄화수소화합물. 호흡으로 신체 내 유입되면 두통과 현기증을, 심할 경우 정신착란 같은 신경 장애를 유발한다.

황량한 정주여건은 고달픈 전쟁을 더욱 힘겹게 하는 요인. 특히 자녀를 둔 공무원들은 교육에 대한 불만이 크다. 환경부 40대 여성 과장 B씨의 가족은 세종시에 새 둥지를 틀었다. 출퇴근하며 두 꼬마(6, 3살)를 돌보기 힘들다고 생각해서다. 남편도 힘겹게 대전으로 발령받은 터라 '이산가족 걱정'을 더는가 싶었다. 하지만 B씨는 결국 3살배기 꼬마를 시댁이 있는 서울로 올려 보내는 생이별을 해야 했다. 청사 내 어린이집 수요가 많아 추첨에서 둘째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부족한 교육시설 문제는 세종시 첫 마을의 한솔초등학교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재 이 학교에선 정원(25명)보다 많은 어린이 30명이 한 반에서 수업 받는다. 일부 반은 인근 한솔고등학교의 여유 교실을 빌려 수업한다. 상대적으로 나은 교육환경을 기대한 인근 지역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초등학교가 포화상태에 이른 탓이다. 세종시로 거처를 옮긴 공무원은 매달 정착지원금 20만원을 받지만 월세, 생활비를 충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칼퇴근'도 세종청사가 빚은 진풍경 중 하나다. 수도권으로 공무원 1,000여명을 실어 나르는 버스는 모두 49대. 그 중 오후 6시 30분~7시 40분 사이에 39대가 몰려 있어 오후 6시가 가까워지면 다들 퇴근 준비로 분주하다. 마지막 출발시각인 오후 9시에는 인덕원, 사당, 양재행 버스 3대뿐이다.

부서 회식도 사라졌다. 청사 주변에 변변한 식당이 없어 회식하려면 멀리 나가야 하는데, 회식 후 직원들의 귀가길이 평탄치 않다는 걸 알기 때문에 윗사람도, 직원도 서로 눈치 보기 일쑤다. 환경부 한 공무원은 "회식한다고 하면 집에 올라가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무원의 집은 분당. 밤 10시경 회식을 끝낸 뒤 오송역에서 KTX를 탄다 해도 집에 도착하면 새벽 1시가 넘기 때문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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