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부산 수영구의 한 건물 옥상에서 몸을 던져 동반자살한 10대 여성 3명. 각각 대전 광주 부산에서 거주하던 이들은 온라인 자살예방카페를 통해 만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3일 강원 사천면 도로변 공터에서 승합차에 연탄불을 피워 놓고 동반자살을 기도한 40대 남녀는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를 통해 쪽지를 주고 받으며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죽음의 그림자인 자살사이트는 자취를 감췄지만 동반자살 모의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공연하게 퍼지고 있다. 25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동반자살을 공공연한 목적으로 내세운 사이트는 단 한 건도 적발되지 않은 반면 유명 포털의 지식인 코너, 커뮤니티 카페 등의 자살 유해정보는 2,250건으로 집계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도 지난해 온라인상 자살조장정보 246건에 대해 해당 업체에 시정 요구했다. 2011년 대비 약 20배 증가한 수치다.
실제로 카페나 블로그에는 '같이 자살하실 분'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메일주소나 카카오톡(카톡) 아이디를 남기는 사례가 많다. '저도 님과 비슷한 처지입니다. 카톡 아이디 남길게요. 친추(친구 추가)하시고 연락주세요' 같은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카톡 같은 SNS가 죽음의 동반자를 찾는 도구가 된다. 심지어 랜덤채팅과 같은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은 아이디조차 알 필요 없이 무작위로 채팅상대를 연결해줘 '저랑 멀리 갈래요?'라는 죽음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름이나 연락처를 공개할 필요도 없고, 상대가 반응이 없으면 곧바로 '새 연결'을 눌러 다른 이를 찾으면 그만이다. 추락사 교수형 동맥절단 등 자세한 자살 방법도 포털이나 SNS를 통해 퍼진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자살의 유혹을 뿌리뽑기 어려운 이유는 카페에 올려진 글을 모니터링하기도 힘들고, 처벌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자살사이트는 불법 정보로 분류돼 운영자에게 자살방조죄로 형사처벌이 가능하지만, 커뮤니티 카페나 블로그 등에 오르는 자살 관련 글은 유해 정보에 해당해 운영자에게 삭제하거나 블라인드 처리하는 시정 요구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약 500명의 유해정보 모니터링 인력이 3교대로 근무하며 자살 관련 글을 발견하면 즉시 삭제하고 있지만, 자살 음란물 욕설 비방 등을 일일이 다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카톡, 랜덤채팅 등 SNS를 통해 오가는 메시지는 아예 모니터링이 불가능하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야구, 농구 같은 일반적 관심사를 공유하는 카페나 SNS에서 누군가 심정을 토로한 글이 비극의 단초가 될 수 있으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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