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등 6개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그 동안 우려해왔던 행정 비효율 가능성이 하나 둘씩 현실화 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려 해도 찾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처럼 대통령과 국회를 남겨 둔 채 주요 행정기관들이 대거 수도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례로는 프랑스가 정부 산하 교육기관을 파리에서 다른 지역으로 옮겼고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일부 교육기관을 분산시켰지만 우리와 비교하기에는 거리가 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EU의회 본부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의회 사무국은 룩셈부르크, 의회 전문위원회는 브뤼셀 등 3곳에 분산 배치돼 있다. 하지만 EU는 단일국가가 결합한 정치공동체여서 이 역시 적절한 비교 대상은 아니다.
그나마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사례는 독일이다. 독일은 현 수도 베를린과 통일 전 서독 수도였던 본에 중앙부처가 나뉘어져 10개 부처는 베를린에, 7개 부처는 본에 있다. 세종시가 그랬던 것처럼 독일의 중앙부처 이전도 행정 효율성보다는 정치적 고려의 산물이었다. 1990년 통일 후 독일은 원래 수도였던 베를린으로 중앙부처를 이전하려고 했고 이 과정에서 본 지역 주민들이 "공동화 현상이 우려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분산 배치라는 절충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전 비용은 막대하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독일은 1999년 행정부처 분산으로 매년 390억원 가량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가고 있다. 이 중 교통비만 140억원으로 추산된다. 베를린과 본 간 거리는 600㎞로 공무원들은 업무협의를 하려면 항공기로 이동한다. 의회 일정이 있을 때마다 연방정부는 본과 베를린 간 셔틀비행기까지 운행하고 있다.
독일은 행정기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부처마다 영상회의룸을 4, 5개씩 만들었지만 회의를 주재하는 간부들의 나이가 많아 영상회의를 낯설어 하면서 초기에는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 이후 젊은 세대가 공무원 사회로 진입하면서 영상회의가 활성화됐고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직 부분적인 변화다.
결국 독일정부는 부처마다 본이나 베를린에 제2청사를 마련하도록 했다. 행정 낭비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으나 베를린ㆍ본 분할 후 정책 조정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각 부처 장관이 베를린에 상주하고 있고 연방장관을 보좌하고 대 의회 업무를 맡을 인력이 필요해서다. 인원도 베를린과 본이 비슷하도록 배치했다.
양현모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원은 "행정 비효율이 처음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상당 수 공무원들이 본과 베를린을 왕복하고 중요한 회담은 직접 만나고 있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세종정부청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 얼마나 험난한 길이 남아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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