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압록강을 건너 천신만고 끝에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가운데 제 3국으로 다시 떠나가는‘탈남자’들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수(지난해 12월 말 기준)는 2만4,600여명. 이 중 약 10% 정도가 미국 영국 호주 등 또 다른‘낙원’을 찾아 떠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남한에서의 삶이 당초 기대와는 전혀 다른 게 탈남 제 3국행의 주된 원인이다. 남한사회의 경쟁과 속도를 못 따라가고, 차별과 차가운 시선도 견디기 어렵다.
■탈북자가 입국하면 하나원의 3개월 정착교육과 지역 하나센터의 3주간 지역적응 훈련을 받고 1년간 사후 지원이 뒤따른다. 그러나 말투 등 좀처럼 탈북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이방인 취급을 당하기 십상이다. 같은 일을 하고도 동남아 근로자나 조선족 출신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 그래서 상당수는 미국이나 영국 등을 택하지만 또 한번 절망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불법 입국자 신분을 벗어나기 어렵고, 설령 난민지위를 인정받는다 해도 신산한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최근엔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일도 심심찮게 일어난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4일 탈북자 부부와 딸, 또 다른 탈북 여성 등 4명의 귀환 기자회견 장면을 보도했다. 그들은 회견에서“사기와 협잡,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험악한 세상에서 도저히 살아갈 수 없었다”“남조선 사회의 냉혹한 현실에서 도저히 마음을 붙일 수 없었고 항시 불안과 눈물 속에 살았다”고 했다. 탈북자 재입북은 지난해 11월 김광혁ㆍ고정남씨 부부 건 등 북측 공개로 알려진 것만 해도 5건이나 된다.
■김정은 정권에겐 체제 선전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최근 빈번한 탈북자 재입북 사례는 북한이 그런 목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탈북자 회유공작을 벌인 결과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탈북자들을 우리와 똑같이 품지 못하는 게 가장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멀리 있는 탈북자들의 인권을 부르짖다가도 정작 그들이 우리 곁에 오면 나 몰라라 한다. 탈북자 문제 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그런 위선부터 깨야 한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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