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4일 김용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초대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자 인수위 안팎은 술렁거렸다. 언론의 총리 하마평에 별로 오르지 않았던 김 위원장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됐기 때문이다.
인수위 측은 이날 오전 10시쯤 출입기자단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오후 2시에 주요 인선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그 동안 주요 인선 발표 등을 오후 4시에 하던 관례를 깬 것이다. 그러자 취재진들은 총리 후보자를 파악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지만'철통보안'속에 인선 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박 당선인은 이날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를 찾아 직접 기자회견을 갖고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 박 당선인이 발표하는 동안 총리 후보자가 된 김 위원장은 박 당선인의 오른쪽 옆에서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다. 발표 예정 시간 10분 전에 김 위원장이 먼저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 도착해 단상 위 의자에 앉아 있었지만 대부분 인수위원장 자격으로 배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에서도 국무장관 등 핵심 공직 후보를 지명할 때 대통령이 직접 소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대중ㆍ노무현 당선인 등은 대변인 또는 비서실장을 통해 총리 후보자를 발표했으나 5년 전 이명박 당선인이 직접 한승수 총리 후보를 발표했다.
박 당선인이 당선 직후부터 김 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김 후보자를 최종 낙점한 것은 최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며칠 전에 (총리 지명을) 통보 받았다"고 답변했다. 박 당선인은 2,3일 전 김 위원장에게 총리 지명에 관해 운을 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전날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사랑의 열매' 행사를 마친 뒤 김 위원장과 10분 가량 독대한 자리에서 총리 후보 지명을 공식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유력 후보들이 총리직을 고사함에 따라 '김용준 카드'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은 지난 22일 밤 자택 앞에서 일부 기자와 만나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허허, 지금 일진광풍이 불어서…"라며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총리로 가는 것은) 박 당선인을 위해서나 조직을 위해서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 측이 '대선 때 심판 역할을 했던 인사를 초대 총리로 기용할 경우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김 전 위원장을 총리 후보군에서 제외시켰다는 얘기도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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