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제5세대 지도부가 한국과의 관계에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 중국이 최근 북한과 점차 거리를 두려는 모습과 대비된다. 중국 한반도 정책의 균형점이 한국에 좀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 총서기는 23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박 당선인이 주창한 신뢰 외교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양국이 새 지도자로 새로운 역사적 계기를 맞은 만큼 새 시대 새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북한과 사실상 혈맹국가임을 감안할 때 단순 인사치레로만 볼 수 없는 이례적인 발언이라고 외교가는 평가한다.
시 총서기는 이 자리에서 한국과의 인연을 강조한 뒤 "박 당선인이 중국 문화와 철학을 이해하고 중국 국민에 호감을 갖고 있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박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식에 중국 정부 지도자가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시 총서기의 환대는 그가 2010년 "항미원조(抗美援朝ㆍ한국전쟁의 중국식 표현) 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것을 상기하면 더 더욱 극적인 변화로 해석된다. 이러한 반전은 제4세대 지도부만 하더라도 한국전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지만 제5세대 지도부는 그런 부담에서 벗어나 북한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한국과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의 기류는 시 총서기가 지난해 8월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할 때부터 예고됐다. 중국은 이전 한중 수교 기념식엔 북한의 반발을 의식, 주로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부총리급)을 보냈었다.
중국의 태도는 이명박 정부 기간 동안 다소 껄끄러웠던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하루빨리 복원시키겠다는 새 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시 총서기가 적시한대로 한국과 중국은 이미 하루 2만여명씩 오가는 사이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중 전략 나아가 대미 전략과의 균형점을 재검토해야 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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