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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성향… 소아마비 딛고 헌재 소장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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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보수 성향… 소아마비 딛고 헌재 소장까지

입력
2013.01.2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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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75) 총리 후보자는 만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40년 간의 법관 생활에서 '최연소 고등고시 수석 합격''최연소 법관''첫 지체장애 헌법재판소장ㆍ대법관' 기록을 세워 살아 있는 장애인 신화로 통한다. 중도보수 성향인 김 후보자는 18대 대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과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거쳐 박근혜정부 첫 총리에 지명되는 이례적인 기록도 세웠다. 인수위원장이 총리로 직행한 것도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1938년 12월 2일 서울에서 태어났다. 본적은 충남 부여다. 본관은 광산(光山)으로 김황식 총리에 이어 내리 '광산 김씨 총리'가 탄생하게 됐다. 부친은 조선총포화약주식회사(한화그룹 전신) 김봉수 전 대표로 김 후보자는 5형제 중 장남이다. 중학교 시절 부친이 6ㆍ25전쟁 중에 납북돼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지체장애로 어머니 등에 업혀 등교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서울고 2학년 재학 중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3학년 땐 만 19세에 고등고시 사법과(9회)에 수석으로 붙었다. 4,000여명의 응시자 중 3명을 뽑는 시험이었다. 그는 이후 "나 자신이 장애자임을 특별히 의식하지 않았다. 남보다 좀더 노력했을 뿐이지 나는 보통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만 21세에 대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서울가정법원장을 거쳐 1988년 지체장애인 최초로 대법관에 임명됐다. 그는 법관에 임용될 때 "독점기업 등 강자의 횡포로부터 보다 많은 약자를 돕는데 애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963년엔 당시 박정희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를 반대하는 글을 써 구속된 송요찬 전 육군 참모총장을 구속적부심에서 석방시켰다. 박 당선인은 그런 김 후보자를 "제가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법관 재직 중엔 10여년 간 계속된 생수 논쟁에서 1년 넘게 생수 사업자와 소비자를 직접 만나며 생수 시판 허용을 결정하는 등 현실성을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행청소년과 사회지도자를 연결해주는 소년자원보호자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김영삼정부 시절인 1994년 국회 본회의에서 245표 중 233표의 압도적 찬성으로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돼 2000년까지 소장직을 수행했다. 재임 중 과외 금지ㆍ군필자 공무원시험 가산점제ㆍ동성동본 혼인금지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5ㆍ18특별법에 대해선 "헌정질서 파괴범을 처벌함으로써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려는 의지도 헌법의 테두리(공소시효) 내에서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위헌 의견을 냈다. 김 후보자는 헌법재판소장 퇴임 인터뷰에서 "헌법은 '장식품'이 아니라 '생활규범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 이후엔 법무법인 고문과 헌법재판소 자문위원장, 대검 공안자문위원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6월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과 함께 중도보수 성향의 '선진통일연합'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취미는 수영인데, 그는 "1㎞ 정도 헤엄은 너끈하고 한강을 건너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초임 판사 당시 이화여대생으로 메이퀸 선발대회 학과 대표로 뽑혔던 서채원(73)씨와 만나 결혼했다. 2남 2녀를 뒀으며 장남과 두 사위가 법조인이다. '분노가 미련한 자를 죽이고 시기가 어리석은 자를 멸한다'는 성경 구절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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