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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시인' 이번엔 환영 혼용 시집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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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 시인' 이번엔 환영 혼용 시집 냈다

입력
2013.01.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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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시적인 감성은 누구든지 갖고 있거든요.”

이원로(75) 인제대 총장은 여러 개의 직함이 있다. 총장, 의사, 교수 그리고 시인. 3년차 총장에 접어든 그는 심장질환 분야 권위자로 50년 가까이 현장을 지켰고, 이런 바쁜 의술 활동 틈틈이 20년 이상 시를 써온 중견시인이다.

이 총장은 의학과 교육, 문학계를 넘나들면서 남다른 활동 영역을 구축해왔다. 최근엔 영어와 한국어가 함께 수록된 시집 를 출간했다. 시단에서는 “색다른 시도”라며 단연 주목하고 있다.

이 총장은 24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번째 시집 는 출간되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며 “우리말로 먼저 시를 써 놓고 영어로 옮기는 작업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고 했다.

일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본업이 있으면서 현역 시인으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젊은 시인들도 힘들어하는 한영 혼용 시집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다. 이 총장은 “작은 습관과 실천만 있으면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사실 그는 1989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메모하는 습관을 이어왔다. 진료나 강의를 마친 직후 생각나는 시구 등이 있으면 바로 수첩을 꺼내 적었다. 하루를 마무리할 때면 그 시구들을 꺼내어 한 편의 시를 완성하는 일과를 20년 이상 해온 것이다.

이러한 습관은 2009년부터 1년에 한 권씩 시집을 출간, “작품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인 중 한명”으로 불리는 원동력이 됐다.

이 총장이 시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건 쉰 살이 넘어서였다. 당시 미국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의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이민생활을 했던 그에게 시를 쓰는 작업은 하나의 위로이자 휴식처였다. “창작수업을 받아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의사의 길을 택하기 전부터 시 소설 등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서울대 의대 시절 인문, 문학 등을 교양 수업으로 들었던 게 다였죠. 그래서 문학적 갈증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이번 시집 라는 제목은 의학용어에서 따왔다. ‘청진기와 망원경’, ‘우주의 배꼽’, ‘응급실의 토네이도’등의 시 제목도 그의 일과 연결되어 있다. “‘시냅스’는 뇌 속 신경세포 사이를 연결해 주는 곳을 말해요. 아주 작은 세포들조차 연결관계가 중요한데, 하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어떻겠어요. 결코 한 분야에 국한된 용어가 아닌 것이지요.”

그는 그러면서 과학과 예술 분야 또한 전혀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예술은 감성적이고, 과학은 이성적이라는 건 선입견이라는 게 이 총장의 판단이다.

“예술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실제로 그 작업 과정을 보면 철저히 이성적으로 이뤄집니다. 과학도 그 기본바탕은 상상력에서 시작되고요. 이 둘의 관계는 서로 보완적인 거죠. 그러니 저 같은 사람도 있는 것 아니겠어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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