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CBI)의 원화 계좌에서 1조원이 넘는 돈을 해외로 빼돌린 무역업자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 이성희)는 한국은행 허가를 받아 기업은행에 개설된 이란 계좌에서 2011년 2~7월 1조900억여원을 인출해 해외 9개국으로 송금해주고 170억원의 커미션을 챙긴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 등)로 A사 대표 정모(7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돈은 우리가 이란에서 수입한 원유 대금으로 2010년 유엔의 제재 결의에 따라 묶여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두바이 M사에서 대리석을 구입해 이란 F사에 파는 중계무역을 가장한 허위 서류를 만든 뒤 CBI 계좌에서 수출대금 명목으로 돈을 빼내 해외로 송금했다. 정씨는 커미션 중 107억여원을 미국 앵커리지에 설립한 자신의 페이퍼컴퍼니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F사가 정씨와 주고 받은 이메일 등으로 볼 때 이란 측 인사가 정씨에게 접근해 위장거래를 시키고 묶여있던 자금을 회수해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해외 업체에 우리 수사권이 미치지 못한다는 한계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확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당국도 이번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한국은행과 기업은행은 정씨가 제출한 허위 서류를 믿고 돈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으며 로비나 공모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