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으로 더 친숙한 우정사업본부가 또다시 짐을 싸게 됐다. 소속기관이 바뀐 탓이다. 직접 이사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상급부처가 바뀜에 따라 손봐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정사업본부는 원래 정보통신부(옛 체신부) 소속이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우정사업본부를 지식경제부 산하로 옮겨 놓았다. 그리고 딱 5년이 지나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우정사업본부를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 산하기관으로 결정했다. 수년 사이 상급기관 3곳을 거치게 된 셈이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왜 소속을 바꾸게 되었는지 명쾌한 설명이 없다. 인수위측은 22일 정부조직개편결과를 발표하면서 "우정업무가 통신의 중요한 축이어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키로 했다"고 밝혔는데, 막연하고 추상적이기 짝이 없다. 하기야 5년 전 지식경제부로 옮길 때도 당시 인수위는 "우정사업은 국가지식경제에 상당히 중요한 분야"라고 얘기했으니, 크게 이상할 것도 없다.
우정사업본부를 소속기관으로 두기 위해 부처 간 힘겨루기가 꽤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 상급기관인 지식경제부(새 정부에서 명칭은 산업통상자원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안전행정부) 국토해양부 방송통신위원회 심지어 금융위원회까지 눈독을 들였다고 전해진다. 이 역시 5년 전의 재판이다.
물론 각 부처가 우정업무에 남다른 애착이 있어서는 아니다. 우정사업본부가 갖고 있는 4만5,000여명의 인력, 7조원에 육박하는 예산, 그리고 전국 3,600여개에 달하는 우체국 네트워크가 탐나서였다. 치열한 물밑 싸움 끝에 미래창조과학부로 최종 결정된 건, 이 부처가 박근혜 당선인의 '창조경제론'을 뒷받침하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그만큼 힘이 실렸기 때문일 것이다.
우정사업본부 직원들은 "우리 업무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조직 내에서 완결되는 구조"라고 말한다. 어느 부처 소속이든 상관이 없다는 얘기이고,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나 '창조'나 '과학'하고는 별 연관성이 없다는 반응들이다.
과연 5년 후 우정사업본부는 또 어디로 짐을 싸게 될까. 축구공처럼 이리 치였다 저리 치이는 곳이 어디 우정사업본부뿐일까. '집권 세리모니'가 된 정부조직 개편의 씁쓸한 단면이다.
김정우 산업부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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