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특사단이 23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와 면담했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한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시 총서기와의 면담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문제로 골이 깊어진 감정 대립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야마구치 대표는 22일 베이징에 도착한 뒤 시 총서기와의 면담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야마구치 대표의 측근은 "면담을 요청했지만 중국측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23일로 잡힌 왕자루이 공산당대내외연락부장과의 회담도 연기됐다.
야마구치 대표는 21일 "센카쿠 문제 해결을 미래 세대에 맡기자"고 말하고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는 "양국 군용기가 (센카쿠) 영공에 들어가지 말자"는 유화 제스처까지 쓰면서 회담 성사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야마구치 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일본 우익은 "자민당ㆍ공명당 연립의 근간을 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며 강하게 공격했다. 그는 결국 22일 출국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서 "센카쿠는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로 영토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정부와 여당의 공통 인식"이라고 말을 바꿨다. 중일 관계 전문가는 "야마구치 대표의 발언은 개인 견해에 불과했다"며 "중국이 아베 총리의 친서에 양국의 마찰을 해결할 내용이 포함돼있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진보 성향의 정치인들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면서 양국의 미묘한 불협화음이 감지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28~30일 중국을 방문, 탕자쉬안 전 국무위원 등 중국 지도부와 회담한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5년 일본의 식민 지배와 침략을 반성한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다. 지난 주에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가 중국을 방문해 "센카쿠에 영유권 분쟁이 있다는 것을 양측이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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