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 졸업식에서는 졸업생을 한 명씩 호명을 하며 학위 수여식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우등 졸업생에게는 몇 가지 호칭을 덧붙여 호명한다. 가령 'Tom Smith, Magna Cum Laude' 이라고 부르면 단상으로 올라가 학위증을 받고 내려간다. (1)Summa cum laude (2)Magna cum laude (3)Cum laude 등의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Latin어를 그대로 사용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선 한국에서처럼 석차(class rank, class standing)를 매기는 게 아니라 상위 몇 %는 무슨 상, 그 다음은 무슨 상과 같이 구분 짓는다. 학기 별 학점(0~4.0)으로 환산하여 그 평균치(Grade Point Average, GPA)를 계산하고 GPA가 3.9 이상이면 Summa cum laude(with highest honor, 최우등), 3.7 이상이면 Magna cum laude(with great honor, 우등), 3.5 이상이면 Cum laude(with honor, 장려상)상을 탄다. 따라서 이러한 절대평가에서는 석차를 매기는 상대평가와 달리 최우등 졸업생이 수십 명 나오고 우등 졸업생만 수백 명이 나온다. 따라서 '수석 졸업' 은 지극히 한국식 해석일 뿐이다.
한편 초중고에서는 학교 점수를 %로 표시하는데, A(Excellent, 90~100점) B(Good, 80~89) C(Average, 70~79) D(Poor, 60~69) F(Failed, 60점 미만) 등으로 나눈다. 각 주나 교육청 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이 역시 석차 매기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다. 한국식의 고전적 평가 방법인 '수-우-미-양-가'라는 생활기록부 평가 방식이 영어에도 있다. 가장 우수한 등급 '수'는 'Excellent'로 표기한다. 이것을 등급 순으로 표기하면 Excellent-Very Good-Good-Fair-Poor가 된다.
여기서 특히 Good과 Fair는 사전적 정의로 해석하기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Fair는 그냥 '봐 줄 만한 수준(tolerable)'이며 결코 '좋다'라는 말은 아니다. 구어체에서 말하는 'not bad' 'pretty good' 'satisfactory' 'fairly well' 등도 이에 해당하며 교사가 숙제를 평가하면서 이 표현들을 사용할 때에도 나름대로 규칙과 기준을 적용한다. 만족도를 표현할 때의'helpful, useful' 등도 '매우 만족스러운' 느낌이 아니라 '봐 줄 만한, 그런 대로 괜찮은' 정도의 의미다. 석차를 배제하는 서양식 환경에서는 성적을 언어로 표현할 때도 이렇게 미세한 차이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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