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한국에는 외교・국방・통일정책은 있지만, 상위의 통합된 국가안보전략과 정책이 없다고 한다. 통합된 국가안보 담당 조직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여 년간 신정부들은 각각 새로운 외교안보통일 총괄조정체제를 실험하였지만 아직 지속가능한 최적 모델을 찾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외교·안보·통일 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칭 국가안보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정책 혼선을 방지하고 위기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국가안보실 설치 제안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
국가안보실이 과연 필요하고 효과적인 기구가 될 것인가. 외교부,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은 업무영역이 다를 뿐 아니라 정책목표와 가치도 서로 다르다. 그렇다면 외교국방통일 관련 위기상황과 주요 정책결정에 직면하여 누가 정세판단을 하고, 부처 간 상충되는 입장을 정리하며, 긴급조치를 취하고, 대통령에게 군사력 동원의 결정을 조언할 것인가. 국가보위와 평화통일의 의무를 지는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설치될 국가안보실이 바로 이런 총괄조정과 보좌 역할에 적임이 아닐까.
오늘 우리의 안보환경은 매우 엄중하다. 북한의 군사도발과 핵위협이 상존하여, 국방태세 강화와 더불어 평화정착과 화해협력도 더욱 필요하다. 동북아 안보환경도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세계 곳곳의 분쟁과 테러는 우리의 경제통상환경을 해치고, 한국민의 생명을 위협한다. 안보와 평화와 통일은 한국민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과거 어느 때보다 전략적이며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안보실체제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한정된 외교국방통일정보 자산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케 할 것이다.
국가안보실 설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그 운용 원칙이다. 과거에도 국가안보실체제가 시도되었으나 논쟁에 휘말려 좌절된 적이 있다. 국가안보실의 성공을 위한 4개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국가안보실의 핵심 기능에 맞춰 조직을 재정비한다. 인수위는 외교안보수석을 존치하여 외교국방통일 3개 비서관실을 두고 부처의 일상적인 업무를 담당토록 하려고 한다. 따라서 국가안보실은 부처간 총괄조정과 협업이 필요한 전략기획, 정보분석, 정책조정, 위기대응, 상황실 업무에 집중한다. 예를 들면, 북한문제는 항상 통일외교국방정보 4개 부처업무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므로 이에 대한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의 역할분담과 지휘관계가 정리되어야 한다.
둘째, 외교국방통일정보 기구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내부 체계성과 소통을 극대화한다. 이를 위해 국가안보실과 외교안보수석실의 단일 지휘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안보실이 컨트롤타워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총괄조정조직을 갖추고, 외교안보수석실을 지휘하며,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간사 역할을 수행하는 등 3개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또한 정부 내 정책조율과 정보교류를 위해 국가안보실이 주도하는 장관・차관・실국장급 등 3단계 조정회의를 정례적으로 개최한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의 활성화를 위해 사무처를 둘 경우, 국가안보실장이 사무처장을 겸하도록 한다.
셋째, 부처의 전문영역과 기능을 최대한 존중하여 개별 기관이 최대의 역량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소통과 조율은 내부 구성 기관의 역할과 기능의 차별성을 전제로 한다. 과거에 종종 비서실의 권한 강화가 내각을 식물기관으로 만든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넷째, 새로운 시스템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위해 이에 대한 충분한 법적 검토를 거치고 정치적 합의를 유지한다. 과거 새로운 조정체제의 실험이 적법성 논란과 정치적 비판에 직면하여 중단된 적이 있다.
국가안보실 설치구상을 다시 환영하며, 이를 인해 사후대처가 아닌 예방안보 체제를 구축하여 국가안보가 강화되고,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진전되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세계적 책임’을 다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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